[금융] "리젠트종금 죽이자니 아까워"

  • 입력 2000년 11월 30일 20시 37분


‘잘못을 저질렀지만 재무상태는 괜찮은 곳이다. 자구노력의 기회는 주겠다.’ 고객에게 내줄 돈이 바닥났지만 아직 영업정지 조치를 당하지 않고 있는 리젠트종금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입장이다.

금감원 김상우(金相宇)부원장보는 “지주회사인 코리아온라인(KOL)에서 주식매각, 대출채권 매각 등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겠다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리젠트종금이 MCI코리아 대표 진승현(陳承鉉)씨에게 600억원을 위규대출해 고객 신뢰를 잃었지만 자구노력 기회는 줘봐야 한다는 것이다.

거액 예금자인 기업들이 “당분간 돈을 꺼내가지 않겠다”고 양해해 리젠트종금은 일단 급한 고비를 넘긴 상태. 현재 법인고객의 인출요구에 대해 리젠트종금은 18일자 어음을 발행해 지급하고 있다.

따라서 리젠트종금의 운명은 16일까지 이 어음결제대금을 구하느냐, 못 구하느냐에 따라 갈라진다. 리젠트종금 남궁식(南宮植)이사는 “현재 내주지 못하고 있는 예금이 2300억원 가량이지만 16일까지 3000억원 정도를 구한다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29일에도 국민은행 등 2개 은행이 400억원대 어음을 돌려 한때 긴장했지만 “1주일간 기다려 보자”며 양해됐다는 것이 남궁이사의 설명. 30일 리젠트종금의 수원본점과 서울 등 3개 지점의 객장은 사실상 텅비어 있었다. 이미 번호표를 받고 2000만원까지 지급받기로 한 고객만 1, 2명씩 다녀갈 뿐이다. 리젠트종금측은 “개인고객에게는 앞으로 3일에 한번씩 2000만원씩 예금을 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리젠트종금측은 리젠트그룹이 유일하게 한국시장에서 전력 투구하는 외국 자본이라는 점에도 기대를 거는 눈치다. 리젠트종금 관계자는 “KOL의 20% 지분을 갖고 있는 미국 위스콘신주 정부 등이 ‘한국 투자실패’를 선언하는 경우 입을 이미지 손상도 정부가 고려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7월에도 중앙종금이 부실의혹으로 예금인출 사태를 겪을 때 외부지원으로 20일 이상을 버텨오다가 결국 영업정지를 당한 일이 있다. 리젠트종금은 어떤 길을 걸을까?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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