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충북 음성 반씨 집성촌, '돌족보' 만들어

  • 입력 2000년 11월 30일 18시 37분


충북 음성군 원남면 상당리 마을 한가운데에는 가로 7m, 세로 3.5m의 큰 돌이 놓여있다. ‘세계도(世系圖·사진)’라고 새긴 돌의 이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돌은 이 마을이 집성촌인 광주 반(光州 潘)씨 장절공 행치파(壯節公 杏峙派)의 족보.

반씨 종친회는 이달 중순경 조상의 시제를 지내기 위한 사당을 만들면서 1000여만원을 들여 이 돌족보를 세웠다.

족보에는 1600년대 초 태어난 중시조 충(忠) 할아버지부터 22세손으로 현재 두 살인 국영(國英)군에 이르기까지 남자 후손 720명의 이름이 차례로 새겨져 있다. 한눈에 족보를 조감할 수 있어 90여 가구의 이 마을 사람들은 언제든지 조상의 계보를 확인할 수 있다. 후손들은 종종 족보 앞에서 조상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운다. 21세손인 달현(達鉉·13·한일중 1년)군은 “종이 족보는 봐도 모르겠는데 돌 족보는 조상과 일가 친척, 그리고 그 중 나의 위치를 한눈에 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전례가 많지않은 이같은 돌 족보를 만드는 데에는 이 마을이 고향인 반기문(潘基文)외교통상부차관의 지원도 큰 도움이 됐다.

종친회장 병선(柄善·61)씨는 “객지에 나가있는 후손들이 명절 때 찾아오면 돌 족보를 보며 조상에 대해 설명해 줄 생각”이라며 “다만 제작의 어려움 때문에 여자들을 수록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음성〓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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