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형근의 음악뒤집기]영국적 밴드 'Blur'의 히트작 'The Best Of'

  • 입력 2000년 11월 28일 11시 50분


90년 미국 록음악은 수많은 팝스타를 낳은 주류음악 시장과 다른 길을 걸은, 비상업적이고 인디정신이 살아있는 얼터너티브 음악으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너바나가 91년 발표한 'Never Mind'는 이런 대안의식을 대표하는 앨범으로 기성세대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으로 주류의 음악질서를 비웃었다.

미국의 90년대가 얼터너티브 음악으로 대표된다면 록음악의 또 다른 양대 산맥 영국의 90년대을 대표하는 단어는 '브릿팝'(Brit-pop)이다.

아기자기한 멜로디와 지글거리는 기타 사운드로 설명되는 브릿팝은 하나의 음악 장르라기보다는 90년대 영국 록 밴드들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영국의 대중음악이라는 뜻 그대로 브릿팝 밴드들은 스미스, 비틀즈, 데이빗 보위 등으로 대표되는 뮤지션들의 장점을 합성함으로서 영국적인 대중음악의 전통을 이어갔다.

스웨이드, 펄프, 블러, 오아시스, 라디오 헤드로 대표되는 브릿팝의 대표 밴드들 중에서 가장 영국적인 평가를 받은 밴드는 바로 '블러'이다.

라디오 헤드의 음울함, 스웨이드의 퇴폐적인 이미지, 그리고 오아시스의 대중성과 대비되는 블러의 지적인 음악성은 자존심 강한 영국인들 특유의 국민성과도 맞닿아 있다.

♬ 노래듣기

  - Song 2
  - Music is my radar

91년 'Leisure'에서부터 지난해 발표되었던 '13'까지 블러는 사운드, 가사 등에서 가장 독립적이고 냉소적인 음악을 들려주었다.

이런 음악성을 증명하듯 92년 'Modern Life Is Rubbish'나 94년작 'Parklife'에서 90년대 영국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아의식을 특유의 사운드로 담아내면서 브릿팝의 황제로 등극했다.

그리고 블러를 이야기하면서 빼 놓을 수 없는 일화가 있다. 영국의 남북전쟁으로 일컬어지는 오아시스와의 설전이다. 95년 오아시스의 두 번째 앨범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와 블러의 네 번째 앨범 'Great Escape'의 싱글이 동시 발매되면서 이루어진 양진영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영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두 밴드의 영국 내 입지를 한층 강화시켜주기도 했다.

지난해 '13' 앨범의 'Tender'를 통해 건재함을 과시했던 블러는 얼마 전 90년을 회고하는 베스트 앨범을 발표하였다. 지난 6장의 앨범의 히트곡과 웸블리 아레나의 라이브 실황 10곡으로 채워진 이번 앨범은 'Song2', 'Coffee And TV', 'She Is So High'등의 곡들을 통해 90년 '브릿팝의 현자(賢者)'로 지칭되는 블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비록 블러의 정규 앨범을 기다렸던 팬들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이번 앨범은 한 밴드가 걸어온 역사를 지켜보는 좋은 가이드 라인인 동시에 90년 영국의 음악의 한 단면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류형근 동아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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