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네트 포스

  • 입력 2000년 11월 27일 18시 50분


날로 과학화돼 가는 각국의 군사력이 이제는 컴퓨터 하이테크전을 위한 특수 전자전부대의 육성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국방 전문주간지 디펜스뉴스는 중국이 하이테크 전자전을 수행하기 위한 특수부대인 ‘네트 포스(Net Force)’를 훈련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전자전부대는 상대국의 군사용 컴퓨터망을 교란하고 파괴하는 것이 주임무다. 고도의 컴퓨터 조작능력을 주축으로 하는 이 부대는 전통적인 육해공군과는 그 구성과 전략 개념이 전혀 다르다.

▷거의 모든 작전지휘와 군수보급 체계가 컴퓨터화돼 있는 선진 군사강국일수록 그 컴퓨터망이 또한 약점인 셈이다. 그 컴퓨터망만 무력화시키면 꼼짝못한다는 것이 ‘네트 포스’ 전략이다. 미국이 군사정보 강국으로 행세하는 데 중요한 장비인 군사위성이나 조기경보기(AWACS)는 컴퓨터 덩어리다. 또 일본 해군을 무시할 수 없게 하는 최첨단 구축함인 이지스함도 마찬가지다. 위력 있는 첨단장비들이지만 컴퓨터가 고장을 일으키면 아무 쓸모가 없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컴퓨터선진국의 전자전 장비들이 네트 포스의 공격에 무방비인 것은 아니다. 오래 전부터 ‘지휘통신 전자정보체계(C⁴I)’를 발전시켜 온 우리 국군만 해도 컴퓨터 해킹 등에 대비계획이 수립돼 있다. 네트 포스 같은 공격형보다도 방어형 컴퓨터전략이 상당한 수준이다. 국군의 ‘전자방어전대책(Electronic―Warfare Counter Measure)’은 예를 들면 통신전파의 주파수를 지속적으로 단기간에 바꿈으로써 적군의 교란작전을 피한다.

▷또 상대에 따라 컴퓨터망에 침투하는 ‘전자전지원계획(Electronic―Warfare Support Measure)’도 수립돼 있다. 적군의 컴퓨터망에 대한 교란작전과 함께 정보를 수집하고 암호와 음어들을 해독하는 것도 이 전문부대의 임무다. 갈수록 군사력의 우열이 과학기술력으로 판가름나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전쟁도 인명 살상과 시설 파괴를 하지 말고 이렇게 상호 컴퓨터게임 방식으로 승부를 가리도록 해서 영구평화의 꿈을 실현한 것과 다름없는 효과가 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김재홍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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