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주가/하한가]'정현준 판박이' 빗나간 벤처인 진승현

  • 입력 2000년 11월 24일 13시 46분


'주연 진승현, 조연 금융감독원, 영화제목 제2의 정현준 게이트.'

'정현준 게이트'가 또 터졌다. 이번엔 '정현준'대신 주연배우만 바뀌었다. 진승현. 벤처계 신인. 나이 27세. 취미 벤처기업 인수 합병. 특기 신용금고 돈 마구 빼쓰기.

진씨가 주연한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94년 유학길에 오른 그는 미국 영국 등을 돌며 기업 인수-합병 등 첨단 금융기법을 배운 뒤 98년 귀국. 그후 신세기통신 등 여러 기업에 투자, 수십억원을 챙긴다. 특히 고려산업개발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되팔아 12배의 차익을 올리는 등 '부의 축적'에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진씨는 이렇게 번 돈으로 본격 벤처기업 사냥에 나서 2년만에 9개의 회사를 거느리는 '문어발 선단'의 선장이 된다. 잘 나가던 그에게 위기가 닥쳐온다. 바로 진씨가 세운 '열린 금고'가 불법대출로 금감원의 제재를 받게 된 것. 그러나 금감원의 솜방망이 징계 덕(?)에 다시 탄탄대로를 걷게 된다.

영화는 비극으로 끝 맺는다. 불법대출금 수백억원이 문제가 된 것.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관객은 로비자금으로 갔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

'진승현 게이트'를 보며 가뜩이나 어려운 벤처기업들이 또다른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 벤처계에 불어닥친 한파. 상처가 덧나지 않고 잘 아물어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라는 말이 나왔으면 좋으련만.

최영록/동아닷컴기자 yr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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