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지자체 예산낭비 '줄줄'

  • 입력 2000년 11월 21일 18시 34분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낭비가 심각하다.

사업성에 대한 치밀한 검토 없이 무작정 사업을 벌이는 일이 허다한 데다 도시발전에 대한 비전 없이 마구잡이식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수익을 얻는다며 추진한 사업이 지자체의 재정운용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가 하면예산을 다음해로 넘기지 않기 위해 무작정 집행하는 일도 지자체의 예산낭비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비전 부족〓광주시는 89년 12월 100억원을 들여 완공한 길이 386m의 백운고가도로를 금명간 완전철거하고 새 설계에 따라 길이를 100m가량 늘린 고가도로를 200억원을 들여 새로 건설한다.

광주에서 목포 해남 등 전남 서남부권으로 통하는 길목의 교통량을 소화하기 위해 건설된 이 고가도로를 불과 10여년 만에 철거키로 한 것은 이미 도시계획상 개발이 확정된 지역의 교통량 수요조차 예측하지 못한 데 따른 것.

이 고가도로 서쪽 끝에 입주인구 5만명 규모의 풍암 금호지구 등 대단위 주택단지가 들어서면서 이 고가도로는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됐다.

▽마구잡이식 사업추진〓강원도 공영개발사업단이 96년 6월 19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홍천군 홍천읍 연봉지구 17만1000평의 부지에 택지를 조성했으나 4년이 지나도록 28%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공영개발사업단은 택지조성으로 이익을 남긴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으나 최근의 경기침체 속에 미분양토지가 상당기간 분양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사업비 회수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해 건설전문가들은 “택지개발을 할 당시 많은 시군이 미분양 택지를 많이 보유하고 있었는데 강원도가 왜 공사를 추진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남 마산시의 경우 97년 구체적인 사업비 확보방안도 세우지 않은 채 687억원을 들여 구산면 명주리에 7만4000평 규모로 인공해수욕장인 명주해수욕장을 2001년 말까지 조성키로 했으나 진척이 없는 상태다. 마산시는 이미 13억원의 토지보상비를 집행하고 민간자본을 찾고 있으나 사업성이 낮은 데다 경제여건이 나빠지면서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 설계비만 4억 날릴판 ▼

▽집행기관간의 사전협의 부재〓전북 전주시교육청은 새 학교 건립에 따른 예산을 절감한다며 풍남 금암 완산 동 기린 등 5개 도심지 초등학교 부지 안에 중학교를 설립키로 하고 전주시에 도시계획시설 변경결정 고시를 요청했으나 불가 통보를 받았다.

시는 이 가운데 4개 학교가 같은 1학군에 편중돼 있어 외곽지역 학생들이 도심으로 장거리 통학을 해야 하는 불편이 크고 당초 중학교 신설을 약속 받은 서곡지구 등 신흥개발지 주민 등의 반대가 심해 이를 허가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이미 설계 용역비로 지출한 4억5000만원만 날리게 된 셈이다.

▼ 멀쩡한 화장실 개보수 ▼

▽무계획적인 예산집행〓제주 서귀포시는 화장실문화를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내년 예산 3억4000만원을 들여 천지연폭포 주차장 옆 29평 규모의 공중화장실을 철거하고 새 화장실을 지으려다 지난달 계획을 변경했다.

그러나 98년 한국관광공사에서 실시한 전국 72개 공중화장실에 대한 콘테스트에서 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기존 화장실이 멀쩡하다는 지적이 일자 뒤늦게 개보수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전문지식 부족〓울산시는 배 과수원 근처 도로변에 가로수로 벚나무를 심었다가 울산배를 수입하는 미국 측으로부터 “벚나무가 배 병해충을 옮긴다”는 지적을 받고 심은 지 2년 만에 가로수를 교체했다.

시는 98년 3월 7800만원을 들여 울주군 서생면 화산리∼울주군 온양면 발리까지 도로변 6㎞구간에 벚나무 805그루를 심었다. 그러나 지난해 울산배 수출협상을 벌이면서 ‘배 과수원에서 반경 200m 이내에는 벚나무속 식물(벚 복숭아 자두 앵두 매실) 등 병해충을 옮기는 기주(寄主)식물이 없어야 한다’는 미국측 요구를 받고 지난달 26일부터 5000여만원을 들여 벚나무를 모두 다른 곳에 옮겨심고 이곳에는 6600만원을 들여 은행나무 620그루를 심었다.

이에 대해 시는 “벚나무가 배 과수원에 병해충을 옮기는 사실을 모르고 가로수로 심었다”고 해명했다.

<지방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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