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 맛있는 수다]겨울에 생각나는 부산오뎅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1시 02분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날씨가 더울 땐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다가 찬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매끈한 가죽장갑, 도톰한 목도리, 손난로, 붕어빵, 군고구마 그리고 부산오뎅….

퇴근길 썰렁한 바람을 가르고 포장마차 안에 들어가 먹는 부산오뎅 하나와 오뎅국물 한모금은 정말 맛있습니다.

"재료도 의심스럽고 간장통도 하나를 쓰니까 비위생적이야…."라며 우아를 떠는 친구도 있지만 그래도 추운 겨울 퇴근길에 이보다 든든하고 따뜻한 음식은 없죠. 떡볶이는 생략할 것이냐, 기왕 먹는 거 배불리 먹을 것이냐를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하는 퇴근길은 정말 즐겁습니다.

부산오뎅을 집에서 "청결하고 위생적으로" 만들어보려고 여러 번 시도를 해봤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더군요. 일단, 포장마차에서 파는 것 같은 '탁한' 색의 오뎅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슈퍼나 백화점 지하에서 파는 어디어디 브랜드가 선명한 맑은 황토색의 오뎅은 지나치게 쫄깃쫄깃해서 약간 퍼석퍼석한 포장마차 부산오뎅의 맛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아예 '부산오뎅'이라는 오뎅이 나왔길래 사먹어봤는데 색과 질감은 비슷하지만 요리법의 차이인지 딱 그 맛은 아니더라구요.

마침 동네 지하철 역 부근에 부산오뎅과 붕어빵을 파는 아줌마가 나타나셨길래 "아줌마, 이런 오뎅은 어디서 사요?" 그랬더니 제 얼굴이 무슨 식품위생 단속원처럼 생겼는지 뚱∼해서는 "…시장서 사지요…" 하시더군요. 음…그러고보니 초등학교 다닐 때 엄마 따라 재래시장에 가면 오뎅반죽을 이렇게 저렇게 척척 떼어서 튀겨팔던 아줌마를 봤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 오뎅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오뎅국물은 오뎅 사면 따라오는 오뎅국물용 엑기스를 이용해서 간단히 만들어 먹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국물맛이 약간 달착지근한 게 흠이지만 물만 부으면 그럴듯하게 만들어지니 이 정도면 됐다…싶습니다. 정석으로 만들려면 멸치와 다시마, 무, 양파를 넣고 푹 끓인 후 간장, 소금, 후춧가루로 간을 맞춰야 하는데 "그래, 이 맛이야"란 감탄사가 나올만한 맛을 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죠.

요리가 취미요, 특기라고 자부하는 사람은 직접 국물을 만들어 드셔도 말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웬만하면 오뎅국물용 액기스를 물에 타 드시라고 권하고 싶네요. 사소한 것에 집착하지 않는 통 큰 주부가 됩시다.

약간 달착지근한 국물과 약간 더 쫄깃한 오뎅이 어우러진 내가 만든 부산오뎅. 꼼짝하기 싫은 날 간편하게 만들어 먹으면 속은 든든하고 설거지할 것도 없고. 이거야말로 게으름뱅이를 위한 최고의 메뉴죠.

참, 부산오뎅이 왜 부산오뎅인지 아세요? '부산은 바닷가니까 어묵 산업이 발전한 걸까?' 혼자 생각하다 부산이 고향인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나두 그런 오뎅은 서울 와서 첨 먹어봤다"네요. 하고 많은 지명 중에 왜 부산오뎅이 됐는지 그 이유를 부산오뎅은 알고 있을까요?

겨울을 녹이는 부산오뎅 만드는 법!!

▼ 재료 ▼

(부산오뎅과 가장 흡사란 모양의) 오뎅 3개, 다시멸치 1컵, 양파 한 개, 무 한토막, 다시마 한조각, 물 15컵, 간장 , 소금, 후춧가루, 파 조금

▼ 만들기▼

① 오뎅을 살짝 데쳐 꼬치에 끼운다.
② 양파는 4등분하고 무는 큼직하게 자른다.
③ 다시마에 가위집을 내 맛이 우러나게 한다.
④ 양파, 무, 다시마, 다시멸치를 망에 담아 물과 함께 끓인다 (오뎅국물 액기스를 이용하면 2∼4번 과정은 한번에 해결됩니다)
⑤ 작은 냄비에 오뎅꼬치와 국물은 적당히 붓고 끓이다가 간장,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⑥ 파를 송송 썰어 넣는다.

P.S)오뎅국은 국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국없이 밥 먹기를 결연히 거부하길래 기껏 오뎅국을 만들어줬더니 오뎅만 홀랑 건져먹고는 국 달라는 사람, 어떻게 해야하죠? 오뎅국도 국입니다. 밥 말아 드십시오!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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