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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9일 1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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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렇다면 다른 사람이 가상공간에서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훔치거나 빼앗은 사람을 강도나 절도 공갈 등 재산범죄자로 처벌할 수 있을까.
법원의 한 재판부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서울지법 동부지원 형사2단독 강한승(姜翰承)판사는 8일 인터넷 게임에서 자신을 이긴 실제 상대방을 찾아가 아이템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엄모씨에 대해 공갈죄 등을 적용,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최근 리니지 게임 아이템이 현실공간의 이용자 사이에 돈으로 거래되고 청소년 사이에서는 이를 선물로도 주고 받는 점에 비춰 재물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 강판사는 “일부 언론보도에 의하면 리니지게임 아이템의 밀거래 시장 규모가 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엄씨의 행위는 최근 빈번하고 있는 ‘현피’의 대표적인 케이스. 게임속에서 상대측 가상 전사를 죽이는 것을 ‘피케이(player killing)’라고 하는데 일부 네티즌은 실제 게이머를 찾아가 피케이를 한다는 것. ‘현피’는 ‘현장 피케이’의 줄임말이다.
엄씨는 사건 당일 게임방에서 알고 지내던 여자가 게임에 지고 상대방에게 아이템을 빼앗겨 울고 있는 것을 보고 친구들과 함께 차를 타고 상대방이 게임을 하고 있는 게임방을 찾아갔다.
검찰 수사결과 엄씨는 “나 현피 나왔으니 빼앗아간 아이템을 좋은 말 할 때 다 내놓으라”며 주먹으로 몇 차례 때린 뒤 상대 게이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 그가 보유했던 일본도와 방패, 기사의 투구 등 아이템 20만원 상당을 자신의 계정으로 옮겼다는 것.
엄씨에게는 ‘사람을 협박해 재물을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에게 적용되는 공갈죄와 상해죄가 적용됐고 현재 집행유예 기간중이어서 결국 실형이 선고됐다.
강판사는 “사건이 일어난 뒤 피해자와 엄씨가 200만원에 합의를 했는데 실제로 건너간 돈은 30만원뿐이고 나머지는 게임 아이템 170만원 어치가 건너갔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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