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장애학생 기능발표대회 성황리 끝나

  • 입력 2000년 11월 9일 19시 25분


9일 충북 충주시내 충주성모학교와 충주성심학교에서 동아일보와 교육부 주최, 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 주관, 동아꿈나무재단 후원으로 열린 ‘2000 전국 장애학생 직업기능 발표대회’. 363명의 시각 및 청각장애 학생들은 마치 ‘장애 극복 선언’을 하듯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충주성모학교 점자타자 경연장. 16명의 시각장애 학생들은 오전 10시경 심사위원의 ‘시작’ 구령이 떨어지자 각자의 책상에 놓인 카세트 버튼을 눌러 이어폰을 통해 들려 오는 글귀를 한구절씩 되뇌며 타자로 옮겼다.

글자를 치다 느낌이 이상하면 손으로 점자를 더듬어 틀린 부분을 고쳐 나갔다. 10분간 720자를 쳐야 하는 이 경연은 타수가 많아야 할 뿐만 아니라 정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전국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다는 박혜미양(13·강원 명진중 1)은 “점자타자는 자판을 한꺼번에 많게는 6개까지 눌러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연습이 요구된다”며 “기능을 더욱 연마해 많은 책을 점자로 번역하고 교정사 자격증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조소 경연장에서는 사물의 윤곽을 개략적으로만 파악할 수 있는 약시(弱視) 학생들이 주어진 점토로 아그리파상을 형상화하고 있었다. 공정 가운데 가장 어려운 작업은 귀 등 구조가 복잡한 부분의 세부 묘사와 각 부분들 간의 비례 설정. 이 때문에 학생들은 3시간 동안 견본 아그리파상을 수백번씩 매만지며 감각을 되새겼다.

충주성심학교의 대회 열기도 불을 뿜었다. 손편물(뜨개질) 경연장에서는 청각 장애 학생 10여명이 기호와 그림 등으로 이뤄진 도면의 의미를 풀어 가며 작품을 만들어 나갔다.

심사위원인 충주 신명중 이인자교사(44)는 “손편물이나 손자수 가구제작 등은 청각 장애학생들이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데다 기계로 대신하기 어려워 직업으로 전망이 있다”고 말했다.

김원경(金源慶)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장은 “말썽을 부리는 자녀를 대회장에 데려와 장애를 극복하는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일반 학부모들의 전화가 쇄도했다”면서 “이 대회가 장애인들이 이웃과 더불어 일하고 삶을 영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충주〓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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