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조성철/무등산 온천개발 환경 죽인다

  • 입력 2000년 11월 9일 19시 08분


광주를 상징하는 무등산에 온천을 개발하는 문제를 놓고 시민단체와 개발업체 사이에 공방이 치열하다. 이 지역 시민단체는 자연공원법에 위배되는 개발계획과 지하수 고갈, 열 오폐수 등에 의한 환경파괴 등을 이유로 온천개발에 반대하고 있는 반면 개발업체는 외자유치를 통해 지역발전과 시민의 편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온천개발에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무등산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시민들은 정작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까. 시민 여론조사 결과 80.5%가 무책임한 개발보다는 무등산의 공익적 가치가 우선돼야 한다며 온천지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또 광주시가 전남대 지역개발연구소에 의뢰해 작성된 ‘무등산권 보존과 이용에 관한 종합계획’에 따르면 지질계층의 변화가 예상돼 온천공 재조사를 벌인 뒤 온천지구 시설규모 및 온천개발계획을 재검토한 뒤 허가하는 방안과 온천지구를 해제하고 시가 땅을 매입해 공유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따라서 광주시는 시민의 여론과 용역사업의 결과 및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시는 ‘무등산 도립공원위원’의 다수를 개발업체 관계자와 공무원 등으로 전면 배치해 온천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고재유(高在維)시장은 선거공약으로 무등산 온천개발 반대를 내걸었다가 최근 이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시민들이 이해할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 시민들 사이에 고시장의 무책임 행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무등산은 광주시민의 정신적 지주이자 삶의 터전으로 우리가 가꾸고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재산이다. 시민들은 무등산에 대한 정서와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온천개발 문제를 단순한 개발과 보존의 대립 이상의 가치로 인식하고 있다.

시는 섣부른 결정으로 개발을 추진한다면 이 지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잘못을 범하게 될 것이다. 자연환경은 훼손하기는 쉽지만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기는 극히 어렵다.

우리 세대만 살아갈 산천이 아니기에 후세의 가슴에 남을 무등산을 생각하며 광주시의 신중한 접근과 결론도출을 기대해 본다.

조성철(함께하는 광주시민행동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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