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박환우/돌아올 물길막힌 안성천 뱀장어

  • 입력 2000년 11월 2일 19시 07분


아산만은 안성천과 삽교천 하구에 위치해 있어 해안선이 복잡하고 갯벌이 잘 발달돼 있던 곳이다. 또 어족자원이 풍부해서 봄과 가을이면 고깃배들로 장사진을 이루던 해양 생태계의 보고였다. 생명이 다양하게 살아 숨쉬던 아산만의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1971년 평택지구 다목적농업개발사업 기공식이 있은 뒤 1973년 우리나라 최초의 대규모 방조제 공사가 시작됐다. 안성천 하구 아산만을 가로막아 만든 인공담수호인 평택호(아산호)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결과 농업용수 확보는 물론 간척사업, 경지정리 등을 통해 새로운 농토가 만들어졌다. 그 후 삽교천 하구에도 방조제가 건설돼 아산만 일대의 생태계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 왔다.

최근에는 평택항 개발 공사로 아산만 일대의 생태계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파괴되고 있다.

특히 안성천에 서식하던 물고기 가운데 뱀장어 빙어 숭어 등 회유성 어류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뱀장어는 자라면 알을 낳기 위해 필리핀 동쪽 깊은 바다까지 내려가며 새끼 뱀장어(실뱀장어)는 봄이 되면 다시 하천으로 올라온다. 그러나 아산만 방조제가 만들어진 이후 바다와 하천을 오가며 서식하는 회유성 어류의 이동 통로가 막혀버려 안성천 물줄기에서는 뱀장어를 찾아보기 어렵게 돼버렸다.

아산만 방조제 건설로 대규모 농업 발전을 이뤘고 평택항 개발로 산업발전의 기반을 마련하긴 했지만 바다와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바닷가 사람들과 물고기들은 너무나 삭막한 환경에 처해 있다.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방조제 조성과 갯벌 매립으로 서식처를 빼앗긴 뱀장어에게 생명의 물길을 열어주고, 개발 과정에서 소외된 어민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안성천 물줄기에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 움직이고, 어민들의 가슴에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상징으로 아산만 방조제에 뱀장어가 드나들 수 있는 생명의 물길을 하루 빨리 열어주길 바란다.

박환우(그린훼밀리운동연합 평택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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