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조용필 "웅장한 무대 노래의 혼까지 담겠어요"

  • 입력 2000년 10월 23일 19시 01분


조용필은 공연 때면 무대에서 객석에 앉아있는 부인 안진현씨를 찾는다. 지난 연말 디너쇼에서 기자가 본 일화. 테이블에 앉아 남편의 공연을 보던 안씨가 옆자리 친구에게 뭔가를 보여주는 듯해 곁눈질했다. 조용필이 부인에게 보낸 연서(戀書)였다.

◇ 아내에게 유독 따뜻한 남자

‘사랑하는 진현에게’로 시작된 이 연애편지에는 대충 ‘사랑한다’는 말이 여러번 들어있었다. 안씨가 얼른 감춰버려 자세히 보기 어려웠다. 그 내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생각보다는 ‘유치’했다. ‘절절한 연애편지란 아무리 대가가 쓴 것이라도 자세히 읽어보면 유치하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그보다 앞서 조용필은 미국 플로리다 골프장 소유자지만 골프문외한인 아내에게 골프를 가르쳤고 안씨가 필드에서 공을 잘치지 못하자 ‘성질’을 부리기도 했다. 골프에 취미를 붙인 안씨가 ‘무리’해 발목을 다치자 조용필은 집에서 아내를 화장실로 업고 다녔다.

‘고독한 러너’. 요즘 이같은 가정적 배경을 지닌 조용필이 11월에 펼칠 가을 콘서트의 제목이다. 콘서트는 11월9∼14일(저녁 7시반)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 "고독은 내 음악의 원천"

결혼생활이 마냥 행복해 보이는 조용필이 붙인 콘서트 제목이 왜 ‘고독한 러너’일까.

“우리 모두가 고독한 러너다. 마라톤처럼 쉼 없는 인생살이에서 고독은 삶의 에너지다. 내 개인적으로는 고독은 음악을 지탱해주는 힘이기도 하고.”

‘고독한 러너’는 92년 나온 14집에 ‘슬픈 베아트리체’와 함께 수록된 곡명이다. 조용필은 그만큼 이번 콘서트에 자신이 간직해 온 삶의 철학을 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인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와 그에 맞는 색으로 분석해 히트곡으로 꾸민다. 그는 “레퍼토리는 미리 알려주면 재미없을 것”이라고 한다. 부를 노래는 26곡. 인생에 대한 해석을 담아낼만큼 히트곡이 풍성한 가수가 몇이나 될까.

그가 오페라극장에 서는 것은 두 번째다. 지난해 12월초 4회 공연에 유료 판매 87%, 대중가수로서는 첫무대 등 예술의 전당 사상 다채로운 기록을 세웠다. 특히 예술의 전당측은 공연 뒤 정치권 등 여러 경로를 통한 다른 가수들의 대관 요구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객들의 열기와 만족감이다. 팬들도 “조용필 공연 사상 이처럼 웅장하고 여운짙은 공연을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조용필도 그랬다. 그는 오페라 극장의 공간과 음향, 조명 시설 등 하드웨어에 대해 “다시한번 오페라 극장에서 노래가 지닌 카리스마와 미학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 개런티 몽땅 털어 무대 꾸미기도

이번 공연은 예술의 전당쪽에서 다시 요청한 것. 11월이 뮤지컬 시즌인데도 예술의 전당은 조용필을 선택했고 조용필도 흔쾌히 응했다. 그는 “뮤지컬은 평생 소원이다. 오페라 극장에서 완벽하지는 않으나 드라마가 있는 콘서트를 해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콘서트를 준비하느라 연말 디너쇼 등을 모두 취소했다.

콘서트의 제작비는 3억여원. 개런티는 2억원을 웃돌지만 오랫동안 조용필의 공연을 꾸며온 프로덕션 유투원의 진필홍 사장은 조용필의 무대 욕심을 말리는 게 가장 큰 일이다. 진 사장은 “가수가 비용을 생각지 않고 무대에 대한 욕심을 부리는 통에 고민”이라고. 조용필은 지난해에도 개런티 2억여원을 몽땅 무대 제작비에 쏟아부었다.

그는 이번 공연이 끝나면 새음반 준비에 들어간다. 새음반은 70, 80년대 국내 가요계에서 유행했던 록을 모태로 할 예정이다. 콘서트 입장권은 3만∼10만원. 02―580―1300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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