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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0월 21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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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EM 서울선언은 향후 남북관계의 발전, 북한의 대외 진출, 그리고 한반도 평화 달성 노력과 관련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무엇보다도 남북한은 이번에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국제사회 진출 노력에 대해 아시아 유럽국가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약속받았다. 아시아 유럽 국가의 정상들은 남북화해, 협력시대의 개막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번 서울 ASEM을 기해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이 북한과의 수교 의사를 밝힘으로써 ASEM은 ‘유럽 국가들의 대북한 수교 발표 무대’가 됐다.
▼ASEM 한반도화해 지지 표명▼
또한 서울선언은 향후 남북관계의 발전이 특정 지역을 뛰어넘어 국제사회 전체의 지지를 받고 북한의 대외진출이 전세계적 범위로 확대될 것이라는 것을 재확인해 주었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남북정상회담 및 남북공동선언에 대해 일치된 성원을 보내주었다. 7월 오키나와 선진 8개국(G8·서방선진 7개국 및 러시아) 정상회의의 한반도성명, 방콕 동남아국가연합(ASEAN) 외무장관의 공동성명, 9월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공동의장 성명이 한반도의 화해 협력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고 이번 ASEM 서울선언이 그 뒤를 이었다.
또 유엔은 11월 총회를 폐막하면서 밀레니엄 정상회의 공동의장 성명을 토대로 남북정상회담과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하는 ‘한반도 평화 안보 통일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수여된 노벨평화상까지 포함한다면 우리의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 및 한반도 평화통일의 노력은 그야말로 전세계의 축하와 지지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지지에 힘입어 이제 북한의 수교 범위는 머지않아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미국 및 일본과의 수교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확장돼 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유리한 국제환경을 맞아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없애고 평화를 확보하면서 민족의 평화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남북관계 진일보할 적기▼
첫째, 우리는 무엇보다도 남북정상회담과 남북공동성명으로 도래한 새로운 시대가 우리 민족에게 역사적으로 극히 드물게 주어진 기회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 기회를 허비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 민족은 한반도에서의 냉전 지속으로 참기 어려운 많은 피해를 보았다. 그러나 이제 냉전시대를 종언하고 탈냉전시대로 진입하는 대변환기의 시기에 우리 민족은 전세계의 축복과 지지를 받으면서 탈냉전의 이행과정을 밟고 있다.
이러한 이행과정에서 우리 민족처럼 국제사회의 일치된 축복을 받았던 나라는 없었다. 더구나 우리에게 일제 강점 36년과 국토의 분단까지 강요했던 불리한 국제환경의 쓰라린 경험을 우리는 갖고 있지 않는가.
둘째, 우리는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의 국제사회에 탈냉전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21세기 질서’를 창출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사적인 이익이나 파당적 이익을 접어두고 ‘민족문제’와 ‘한반도문제’ 해결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세계 역사를 보면 조그마한 나라들에는 그들에 유리한 국제환경이 조성되는 일이 극히 드물뿐더러 국제환경에서 오는 충격과 영향에 따라 그들의 국가 운명이 좌우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지금 한반도 국제환경을 보면 탈냉전시대를 맞아 ‘21세기 질서’라고 불릴 수 있는 새로운 국제질서가 아직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사이에 탈냉전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관계가 아직 정립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한반도 주변 강국들간의 관계가 정립돼 그것이 우리민족에게 ‘21세기 질서’로서, 즉 외세(外勢)로서 강요되기 전에 우리는 민족문제와 한반도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도권을 쥐고 민족의 운명을 개척해 세계 속에 우뚝 서야 할 것이다.
백학순(세종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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