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기어가는 주가…기업 '속'을 들여다보라

  • 입력 2000년 10월 18일 16시 25분


증시전문가들은 입만 열면 ‘가치주를 주목하라’ 또는 ‘우량주에 투자하라’느니 한다.

‘낙폭과대로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주식’이라는 말도 투자자들이 자주 듣는 말. 어디 이 뿐인가.

PER, PSR, EV/EBITDA,…. 어려운 말이 너무 많아 주식초보 딱지 떼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걱정할 건 없다.

이 모든 개념에 들어있는 아이디어는 의외로 단순하다. 한 마디로 ‘해당기업의 내실(또는 실력, 능력 등등)이 지금의 주가를 감당해 나갈 수 있는지’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주가와 기업내실 사이〓주가라는 게 뭔가? 주식의 값이다. 주식은? 기업 재산을 잘게 나눠 옮겨놓은 종이쪽지다. 요컨대 주가는 기업의 값어치다. 기업의 값어치는 동산, 부동산, 직원 노동력의 가치, 경영자의 능력 등 항목별로 나눌 수 있다. 시간을 기준으로 현재의 값어치와 미래의 값어치로 구분할 수도 있다. 또는 근사한 표현으로 ‘눈에 보이는 가치’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로 나눠볼 수도 있다.

현재의 값어치, 즉 지금 당장 눈에 들어오는 값어치가 큰 기업의 주식이 가치주(Value Stock)다. 반면 미래의 값어치, 즉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진 않지만 능히 그렇게 되리라고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값어치가 큰 기업의 주식이 성장주(Growth Stock)다.

이런 내용이 PER, PSR, EV/EBITDA 등의 가치평가(밸류에이션) 지수의 크기로 나타난다. 밸류에이션 지수들은 주가 등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나타내는 값어치 지표를 기업 내실을 나타내는 지표로 나눈 비율 또는 배율이다.

가장 중요하고 대표적인 것이 PER(Price Earnings Ratio). 우리 말로 ‘주가수익배율’이라고 한다.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순이익÷주식 수)으로 나눠 구한다.

‘표’를 보자. 1999년 기준으로 보면 B기업은 A기업보다 PER가 높다. 주당순이익은 적은데 주가는 더 높아 PER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B는 상대적으로 고평가돼 있다’고 말할 수 있다.

‘B가 상대적으로 고평가돼 있다’는 것은 ‘B의 주가가 터무니없이 높다’는 얘기는 아니다. B는 순이익성장률이 A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A는 전형적인 가치주요, B는 전형적인 성장주다. 미국의 경우 가치주가 포진한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종목들의 평균 PER는 30배 미만이며 성장주가 즐비한 나스닥시장 상장종목들의 평균 PER는 147배 가량이다.

주가매출액비율(PSR·Price Sales Ratio)은 PER의 분모에 주당순이익 대신 주당매출액을 넣어 계산한 지수다. 주당순이익이 같더라도 매출액에서 차이가 난다면 성장 가능성이 달라지며 적정주가도 달라질 수 있다는 취지로 개발된 개념이다. EV/EBITDA는 기업가치를 순이익에다가 세금 감가상각 등을 더한 값으로 나눈 것. PER나 PSR보다 포괄적이고 자금흐름을 중시한 지수다.

▽투자에 적용하는 요령〓요즘처럼 기업퇴출의 막이 오른 시점에서는 우량주, 말 그대로 우량한 기업내용을 갖고 있는 기업의 주식이 첫 번째 투자대안으로 꼽힌다. 우량주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종목, 즉 성장가능성은 같은 업종의 다른 종목과 비슷한 것 같은데 PER나 PSR가 유독 낮은 주식들에 관심을 두는 것이 좋다.

최근 기업퇴출의 잣대로 이자보상배율이라는 개념이 많이 쓰인다. PER 등의 가치평가지수와는 성격이 다른 개념이다. 공식은 영업이익÷이자비용. 영업에서 거둔 이익으로 그 해의 이자를 갚을 수 있는지를 따진다. 이 비율이 1보다 작다는 것은 살려둬봤자 돈은 못 벌고 빚만 떼먹어 국민경제에 해악만 미치게 됨을 뜻한다.

경기(경제성장률)와 물가(인플레이션율)에 따라 종목을 선택하는 요령으로 널리 쓰이는 것이 미국계 투자은행 메릴린치가 개발한 ‘투자시계’다.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제약, 전력, 가스, 식료품, 담배 등 경기방어주에 투자하고 경기가 상승할 때는 성장주 등의 경기민감주를 선택하라는 취지를 담고 있다. 경기방어주란 경기둔화에 따른 소비자들의 소득 감소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크게 줄지 않아 경기에 대한 저항력이 강한 업종의 주식을 말한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PER(주가수익배율) 계산 예
기업주가(원)순이익 성장률(%)주당순이익(원)2000년 기준PER(배)
199920002001
A2만5010001500225020
B3만4005002000800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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