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펀드와 톱매니저]'국공채이상 수익' 약속 지켰죠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8시 28분


“올들어 주식시장이 침체를 거듭했지만 원금을 축냈다고 항의전화를 한 고객은 거의 없었습니다. 국고채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두겠다는 1년전 약속을 지켰다고 자부합니다.”

유리자산운용 서경석이사(40)는 국내에는 드물던 ‘시스템 펀드’를 본격 도입했다. 작년 10월 설정된 시장중립형1호의 수익률은 9%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는 32% 넘게 하락했다. 다른 회사의 채권형 펀드와 비교해도 나은 실적이다.

시장중립형1호는 고객 돈의 60%를 차익거래로 운용한다. 차익거래는 종합주가지수 움직임을 따라가는 80개 종목군을 만들어 현선물간 가격차이에 따라 사고파는 것. 또 옵션을 조합해 선물매도 효과를 내면서 이익기회를 늘리기도 한다.

서이사는 “차익거래 방식을 채택하면 펀드매니저가 어느 종목을 사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게 된다”며 “대신 종합주가지수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종목군을 구성하는데 힘을 쏟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한국투자신탁 출신의 채권전문가인 한진규씨를 받아들였다. 시장중립형1호의 채권운용에 소홀한 점이 있었다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채권 투자에도 성공했다면 수익률이 두자리수가 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시장중립형1호와 비슷한 시기에 해산했던 포트폴리오인슈런스1호는 수익률이 0.01%로 원금손실이 없었다. 반면 주식투자비중이 높았던 시스템자산배분1호와 인덱스플러스1호는 손실률이 5%와 39%를 넘었다.

서이사는 “주식형 펀드의 경우 지수하락률보다는 손실폭이 적었지만 고객들에게는 죄송할 뿐”이라며 “증시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당분간 주식형 펀드보다는 시장중립형 펀드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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