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긴급진단]"주식,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 입력 2000년 10월 13일 11시 49분


“루비콘강을 건너던 증시가 강물에 빠져버렸다”

중동발(發) 핵폭탄에 증시가 초토화됐다.

종합주가지수는 13일 중동지역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는 소식으로 장중 한때 498.56까지 밀렸다. 주가지수가 ‘400’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98년 12월7일의 장중 491.98 이후 처음이다. 종가 기준으로는 같은해 12월5일의 490.71 이후 처음. 당시는 주가가 상승하던 와중이어서 이날의 400대와는 의미가 크게 다르다.

투자자들은 금융권 및 기업구조조정을 서두르며 한국경제의 불확실성 요소들을 제거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는 때에 미국증시를 비롯한 외생(外生) 재료에 의해 주가가 추락한데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여의도 증권가의 객장은 자조감이 돌다 못해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일부 투자자들은 내뱉는 “증시가 루비콘강을 건너다 강물에 빠져버렸다”는 농담이 객장의 참담한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외 악재가 산적해 있고, 전날 550선을 지지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추가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초대형 악재가 발발한 데 대해 넋을 놓고 있다.

LG투자증권의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전 지지선이었던 550선을 시급히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했다”면서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주가의 추가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황 팀장은 그러나 500선이 강력한 지지선 역할을 해줄 경우 당분간 500-520대에서 횡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지난 90년 7월2일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당시 713.18포인트였던 주가지수는 1개월 사이에 12.07%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업종은 운수창고업(-18.76%)였으며 이어 건설업(-15.15%), 해상운수업(-15.08%), 금융업(14.70%), 조립금속-기계-장비업종(-13.20%), 나무(-11.42%), 1차 금속산업(-10.89%) 등의 순으로 낙폭이 컸었다.

낙폭이 적었던 업종은 음식료업(-4.44%), 비금속광물업(-4.94%) 등이다.

이같은 과거의 경험을 감안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지역 분쟁이 조기에 매듭지어지지 않을 경우 주가의 추가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사형대에 선 것처럼 그저 담담할 뿐이다. 지수가 잠시나마 500을 깨고 나니까 후련한 기분도 든다. 이런 상황에서는 500대를 한번 깨야 물량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반등시 더 높게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기술적인 분석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종합주가지수와 제반 지수이동평균선이 역배열로 전환된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다 초대형 악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1시26분 현재 주가지수 511.38과 5일선(556.15)-10일선(579.72)-20일선(585.34)-60일선(676.49)-120일선(721.60)이 역배열 상태를 보이고 있다.

대신증권의 나민호 투자정보 팀장은 "이런 때가 주식을 사는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지금이 마지막 투매단계”라고 단정지으며 ‘팔자물량’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나 팀장은 외국인 투자가들이 거래소시장에서는 매도우위를 지키고 있지만 코스닥과 선물시장에는 순매수를 유지하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도 중동악재로 줄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현대증권의 유남길 조사부장은 “해외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중동의 전운이 언제 걷힐 지와 국제금융시장과 미국증시가 언제 안정을 되찾을 것인가에 투자전략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세계증시의 참여자들은 10월만 되면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3/4분기 기업실적 발표가 종료되고 심리적 불안감이 걷히는 이달말께 쯤이면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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