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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0월 11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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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건설은 수도권 과밀억제 정책과 정면 배치된다는 입장을 견지하던 건교부가 갑자기 방향을 바꾼 배경이 궁금하다. 정부기관 청사와 대기업 본사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면서 한쪽으로 수백만평 규모의 신도시를 개발하겠다는 것은 수도권 과밀 억제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분당 일산 등 신도시를 건설했던 80년대 말처럼 지금 주택의 절대량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전세금 앙등을 주택 부족의 근거로 들지만 주택값이 안정될 때마다 전세금은 오르는 경향이 있다. 소형 평수를 중심으로 한 전세금 앙등은 정부가 소형평수 의무건설 비율을 섣불리 폐지한 영향도 크다.
아파트에 당첨만 되면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던 80년대 말과 달리 주택시장의 구매력이 약해 신도시 건설을 통해 일시에 많은 물량이 쏟아지면 대량 미분양 사태가 염려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온다.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라면 몇해 간격으로 신도시를 세워야 할 판이다. 신도시 건설은 일시적으로 일감을 늘려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을 늦추는 효과밖에 없다. 적은 일감을 놓고 다투는 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한 건설업체는 퇴출되는 것이 당연하다.
난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신도시 건설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궁색하다. 일산 분당 등 신도시 개발로 주변 땅값이 오르면서 신도시 주변은 난개발이 심해졌다.
국토면적의 10%가 조금 넘는 지역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몰려 살다 보니 수도권은 교통 용수(用水) 환경 등에서 폭발 직전의 압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 신도시가 또 생기면 수도권 주민들 삶의 질은 떨어지고 지방의 공동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7개 신도시 후보 지역이 천안 아산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도권이다. 특히 분당보다 서울에 가까운 판교에 신도시를 건설하면 극심한 병목현상으로 엄청난 교통혼잡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인구집중문제와 교통 등 사회 인프라이다. 서둘러서는 안된다.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곳에서 신도시를 세울 때는 10∼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개발한다. 널리 의견을 들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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