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은 하얀 허리띠 위로 연지빛 속고름을 길게 드리웠다. 남정네 애간장이 남김없이 졸아버리겠다. 옥색 치마는 위에 촘촘하게 잔주름을 넣었으나 점차 벌어져 풍성하니, 밑에 여러 층 겹쳐 입은 무지기가 허리 아래를 푸하게 버틴 것이다. 하후상박(下厚上薄)의 전체 매무새는 머리에 쓴 커다란 트레머리로 절묘한 균형을 되찾았다. 반지르르하게 윤기 흐르는 검은 머리칼과 그 옆에 나부끼는 자줏빛 댕기가 그림 속 여인을 살아 숨쉬게 한다. 그리고 치마 밑으로 살그머니 내민 외짝 버선발. 상큼하게 들린 버선코가 보는 이의 마음자락을 비집고 스며들 듯하다.
이 여인은 누구일까? 그 어떤 이를 위해서 옷고름을 푸는 걸까? 아니, 저 앞에 애시당초 사람은 있는 것일까? 조선시대엔 여염집 여인을 그리지 않았다. 그러니 주인공은 기생이리라. 하지만 얕잡아볼 일이 아니니, 저 음전한 자태를 눈여겨보라. 기생 하면 요즘은 술 따르고 몸 파는 여자를 떠올리겠지만 옛 기생의 격조란 사람 따라 천양지차(天壤之差)로 달랐다. 시문 서화 가무에서 예술의 절정에 오른 이가 있었는가 하면, 경전을 줄줄 외고 마상에서 활을 당겨 먼 과녁을 꿰뚫는 여장부가 있었다. 또 양반 아낙의 뺨을 칠 만한 굳은 절개를 간직한 기녀도 있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선비 김려(金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