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교수의 여가클리닉]아이와 함께 알까기

  • 입력 2002년 1월 3일 17시 38분


“아이의 재미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 마라”

(Q)

안녕하세요? 선규 아빠입니다. 올해 나이 마흔이고요, 은행 차장이죠. 요즘은 금요일만 되면 뒷머리가 무거워지고 마음이 답답해져요. 이번 주말에는 또 초등학교 4학년, 2학년인 아들 둘과 뭘 해야하나 암담해져서요.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다음부터 주말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들과 함께 지내려고 노력해 왔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은 저와 함께 하는 주말을 달가워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1주일 내내 회사에서 시달린 몸, 잠으로 보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저희들과 놀아주는데 말입니다. 어떨 땐 ‘내가 자식들 머슴인가’ 하고 부아가 날 지경입니다.

(A)

아이들과 주말을 보내는 대부분의 젊은 아빠들이 아주 크게 오해하는 사실이 있어요. 아이의 재미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만 한다는 것이죠. 아빠의 일방적 희생은 언젠가는 아이들에 대한 일방적 요구로 바뀌게 되어 있습니다. 집으로 들어서며 “오늘 재미있었지? 아빠한테 ‘고맙습니다’ 해야지” 하는 엄마의 말에 아이들은 벌써 다가올 엄마 아빠의 요구사항에 부담을 느낍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희생정신에서 출발하는 주말계획은 아빠가 아닌 다른 사람이어도 아이들에게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자신들을 위해 ‘봉사하는 존재’는 누가 되어도 상관없기 때문이죠.

함께 즐거워야 합니다. 더불어 노는 사람이 재미있어야 자신도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사회놀이(social play)’의 특징입니다. 놀이의 형식과 내용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선규 아빠는 특별한 이벤트를 계획해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아이와 노는 과정에서 자신도 몰두할 수 있는 사소한 재미를 찾아야 합니다.

선규 아빠, 노트북PC 갖고 계시죠? 그렇다면 추천하고 싶은 주말계획은 ‘알까기’. 그것도 인터넷상의 ‘장기알까기’(http://www.netmarble.net)입니다. 아이는 데스크톱 PC를, 선규아빠는 노트북PC를 켜고 한번 시작해 보세요. 휴대용 장기판의 접혀진 부분을 절묘하게 장애물로 만든 것은 거의 천재적입니다. 장기알의 크기에 따라 파워가 다르기 때문에 나름대로 고도의 전략도 필요하고요.

선규 아빠가 재미있어 할 결정적인 이유는 일부러 져줄 필요가 전혀 없다는 사실입니다. 져주기는커녕 아들을 이기기 위해 긴장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인터넷 알까기는 끝까지 부자 모두에게 재미있습니다. 장기판에서 튀어나간 알을 아들에게 주워 오라고 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그럼 즐거운 주말 되시길 빕니다.

김정운(명지대 기록과학대학원 여가정보학과 교수)

<김정운교수의 약력>

1962년 서울생 △고려대 심리학과 졸업, 독일 베를린대 심리학박사(1997년) △베를린대 심리학과 전임강사(1997∼2000년3월) △현재 명지대 기록과학대학원 여가정보학과 교수(www.leisure-studies.com)△열 살, 네 살난 두 아들의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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