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교수의 여가클리닉]여보 당신 다시 사랑만들기

  • 입력 2002년 1월 10일 14시 37분


A : 현만이 엄마입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큰 아이와 고 1인 작은아이는 각각 여행과 캠프를 떠났습니다. 오래간만에 남편과 둘만의 주말을 갖게 된 거죠. 그런데 하도 오랜만이어서인지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이제 드디어 우리만의 시간을 갖게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남편은 둘만 있는 것이 어색한 모양이에요.

Q : 부부가 함께 하는 여가는 ‘눈맞추기(eye contact)’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현만이 아빠가 둘만의 시간을 어색해 하는 것은 서로 마주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죠. 대다수 한국의 중년남성들처럼 현만이 아빠도 부드러운 눈길로 상대방을 마주보며 이야기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살았을 겁니다. 살아남기 위해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공격적인 눈빛’, 아니면 낯선 여자에게 던지는 ‘느끼한 눈빛’ 정도가 고작이죠.

혹시 현만이 아빠는 어쩌다가 부부끼리만 외식을 할라치면 눈 한번 맞추기는커녕 공연히 주변만 두리번거리지는 않나요? 아니면 음식 늦게 나온다고 “여기요! 빨리 주세요”하며 괜한 타박을 하지는 않나요? 대부분의 경우 남자들이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은 배가 고프기 때문이 아닙니다.

자폐증이라는 심리적 장애가 있습니다. 남과 대화하지 못하고 자신의 세계에만 몰두하는, 원인이 분명치 않은 장애입니다. 자폐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남과 눈 마주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입니다. 놀이를 통한 자폐아 치료법 중에 서로 눈을 맞추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기법이 있습니다. 위와 같은 상태라면 현만이 아빠도 아내와의 관계에서는 자폐적 증상을 보인다고 할 수 있지요. 더 심해지기 전에 빨리 고쳐야 합니다. 자녀들이 둥지를 다 떠나고 둘만이 보내야 하는 앞으로의 짧지 않은 시간을 그렇게 보낼 순 없죠.

이번 주말에는 우아하고 분위기 있는 호텔 레스토랑을 찾아보시지요. 음식 만드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고, 여러 번에 걸쳐 조금씩 나오는 서양 코스요리를 시키세요. (솔직히 음식맛은 우리 음식이 최고지요. 하지만 분위기는 좀 아닙니다.)

제대로 된 코스요리라면 최소한 2시간 이상은 걸릴 걸요? 또 교외의 고깃집 같지 않아서 “여기 빨리 줘요!” 하고 고함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피해나갈 여지없는 그 둘만의 시공간에서 현만이 엄마는, 남편께서 자신이 아내와 눈맞추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 아주 독하게 맘먹고 ‘눈맞추기 고문(?)’을 하시는 겁니다. 조금 비싸긴 해도 미래를 위해 투자할 만 합니다.

www.leisure-studi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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