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교수의 여가클리닉]혼자있는 주말에 슬픈 비디오 한편

  • 입력 2002년 1월 17일 15시 16분


Q : 이재림입니다. 40대 중반의 대기업 부장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목포에 있는 외가에 다니러 가기로 했습니다. 웬만하면 저도 같이 가야 하지만 일을 핑계 대고 저 혼자 주말을 보내기로 했어요. 요즘 들어 부쩍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거든요. 그런데 정작 혼자 있어야할 주말이 닥쳐오니 우울한 느낌만 들고 나 자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 뭘 해볼 의욕이 안 생기는군요.

A : 40대 한국남자의 사망률이 세계최고라고 합니다. 흔히들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때문이라고 하죠.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스트레스 그 자체가 이유가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에 잘못 대처하게 되면 재림씨처럼 모든 의욕이 소진되는 심리적인 번아웃(burnout)상태나 암과 같은 심각한 신체적 질병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요즘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이 무척 깨끗합니다. 남자화장실의 소변기 앞에는 예쁜 그림으로 장식된 여러 문구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이런 게 있더군요.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 이 문구를 읽는 순간 ‘그럼 뭘 또 흘리지 말아야 하지 아하!’하며 미소 짓게 됩니다.

소변은 당연히 흘리지 말아야 합니다. 쉬워 보이지만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남자도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이 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눈물은 흘려야 합니다. 한국의 남성들에게는 감정표현을 억누르는 잘못된 습관이 있습니다. 눈물 뿐만이 아닙니다. 아무리 기뻐도 내색을 하지않는 것이 품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국 중년남성들이 빨리 죽는 이유는 바로 이런 헛폼에 있습니다. 웃음이나 눈물과 같은 정서적 반응을 억제하지 않는 것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가장 자연스럽고 건강한 방법입니다.

모처럼 홀로 주말을 보내게 될 재림씨에게 슬픈 비디오를 보며 한없이 눈물을 흘려보라는 처방을 드립니다. ‘파이란’이나 ‘철도원’같은 영화가 어떨까요? ‘파이란’에서 최민식이 바닷가에 앉아 통곡하는 모습이나 ‘철도원’의 다카쿠라 켄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마구 울어보는 겁니다. 정말 눈물납니다. 만약 혼자뿐인데도 눈물을 참으려고 이를 꽉 문다면 당신은 스트레스로 인해 곧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할 겁니다. 정말입니다. www.leisure-studies.com

김정운(명지대 여가정보학과교수·문학심리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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