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만난사람]관중석에서 눈물훔친 美 포웰

  • 입력 2000년 9월 25일 18시 50분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강한 바람에 황량한 기분마저 느끼게 하는 25일 시드니 올림픽스타디움. 관중석 한켠에서 한 덩치 큰 사나이가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바로 88서울올림픽과 92바르셀로나올림픽 육상 남자 멀리뛰기에서 연속 은메달을 따냈던 마이크 포웰(미국)이었다.

포웰은 90년대 초반까지 멀리뛰기에서 34연승을 달리며 91년 도쿄그랑프리대회에서는 8m95를 뛰어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지금까지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멀리뛰기의 1인자. 그러나 84LA올림픽부터 96애틀랜타올림픽까지 멀리뛰기 4연패를 달성한 동료 칼 루이스에 밀려 올림픽에서는 단 한차례도 우승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체력의 한계로 애틀랜타올림픽이후 은퇴를 선택했고 이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초청으로 경기장을 찾은 것.

멀리뛰기 경기가 열리고 있는 동안 관중석에 앉아 신문을 펼쳐든 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경기를 지켜보던 포웰은 이루지 못한 금메달에 대한 회한이 한꺼번에 밀려 온듯 갑자기 눈물을 쏟아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관중석에서 멀리뛰기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나에겐 아직도 너무나 낯설다.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겐 너무나 고통스런 시간이다.”

한동안 울먹이던 포웰은 은퇴를 선택했던 자신의 선택이 과연 옳았던 것인지를 자책하는 듯했다. 그를 더욱 안타깝게 한 것은 최강을 자랑하던 미국팀의 ‘몰락’.

미국은 제1회 올림픽이 열린 1896년 아테네대회에서 앨러리 크락이 첫 금메달을 따낸뒤 30년대의 제시 오웬스의 뒤를 이어 60년대는 랠프 보스톤과 로버트 비몬이 활약했고 90년대는 칼 루이스와 자신이 활약하며 모두 18차례나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며 사실상 이 종목을 지배했다.

하지만 미국을 대표해 이번 대회에 출전한 3명의 후배들이 모두 예선에서 탈락하며 멀리뛰기 강국의 명성에 먹칠을해 포웰을 더욱 울적하게 만들었다.

“이번에 출전한 미국선수들이 모두 대학생들로 경험이 부족했다”는 그는 “4년뒤 아테네 올림픽에 삐걱거리는 다리를 끌고서라도 출전해야겠다”고 말한뒤 총총히 경기장을 떠났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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