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G7의 유로화 공동개입과 美 전략류 방출

  • 입력 2000년 9월 24일 12시 31분


지난 주말 해외에서는 두가지 중요한 경제조치가 단행됐다.

서방선진 7개국 통화당국이 유로화 가치의 부양을 위해 공동 시장개입에 나선 한편 미국은 전략비축유(SPR)를 방출했다.

이들 두가지 조치는 국내외 경제는 물론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크다. 유로화 가치의 부양은 세계수출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이며, SPR 방출은 국제유가 안정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G7의 시장개입과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과 관련, 세계경제에 치치는 영향을 알아본다.

◆유로화 가치 부양을 위한 G7 공동 시장개입

최근 유로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까지 추락, 세계경제에 부담이 되는 가운데 G7이 22일 유로화 가치 상승을 위해 기습적인 공동개입을 단행했다. G7이 유로화 가치부양을 위해 시장에 공동 개입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외환시장 공동개입을 주도했던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사상 최저수준까지 하락한 유로화 약세로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의 공감으로 공동개입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이날 시장개입에 참여한 주체는 ECB를 비롯, 미 재무부, 영국중아은행, 일본 대장성, 캐나다중앙은행 등이며, 전문가들은 그 시장개입 규모가 10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0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장중 84.43센트로 사상 최저치까지 하락했던 달러·유로 환율은 공동 시장개입 소식으로 장중 한때 90센트를 넘어서는 폭등세를 보였으며, 결국 전일비 2.5% 오른 88.08 센트로 마감됐다.

이번 공동시장개입은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기습적 조치였다.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고 있는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에서 유로화 가치 약세와 관련, 공동성명이 채택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각국의 엇갈린 이해관계로 조속한 공동시장 개입은 예상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최근 달러대비 유로화 가치가 사상최저 수준까지 하락, 미 다국적 기업의 수익전망이 악화되는 등 유로화 약세에 따른 우려가 확산됨에 따라 각 당국의 공동개입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시장개입은 ECB가 최근 유로화 가치를 바닥으로 인식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ECB는 환율 하락을 억제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시장개입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지난해 1월 출벌 당시 1.18 달러이던 달러·유로 환율은 최근 84센트 선까지 하락, △유로존 2억 9천2백만 인구의 대외 구매력 약화 △수입인플레 유발 △역내 금리인상 △세계 수출시장 위축 등을 초래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유로화 약세는 국제유가 급등과 맞물려 유로존에서의 악영향을 더욱 크게 하고 있다. 지난 18개월 동안 유가는 달러화 기준으로 세 배 가까이 올랐으나, 이를 유로화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4배 가량 올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편 각국의 통화 당국은 덴마크의 유럽경제통화동맹(EMU) 가입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오는 28일 국민투표를 앞두고, 가입이 부결될 경우 유로호의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개입을 서두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유로화 약세로 EUM 가입을 거부하고 있는 덴마크 국민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분석가들은 공동 시장개입 조치에 환영의 뜻을 보였다.

그러나 시장개입이 환율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달러대비 유로화 가치 하락은 △유럽경제 성장세 △ 유럽에서 미국으로의 대규모 인수합병 자금유입 △유럽의 경직된 노동시장에 대한 미진한 개혁 움직임 등 경제 펀더맨틀이 직접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경제 성장률이 5.2%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는 반면 유로존 성장률은 3.5%로 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이 '강한 달러'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조, 지난해 1월 유럽의 자존심으로 출발한 유로화 가치의 상승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

◆미국의 SPR 방출

미국정부가 방출키로 한 전략비축유(SPR) 3,000만 배럴은 예상보다 큰 폭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미국의 SPR 방출은 걸프전이 있었던 1991년 이후 처음. 당시 3,350만 배럴을 내놓기로 했으나 1,730만배럴로 시장의 '기'를 꺾을 만큼 효과가 크다.

외신에 따르면 BP아모코의 최고경영자(CEO)인 존 브라운은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켜 유가를 하락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ABN 암로 뱅크의 애널리스트 나우만 바라캣 역시 "매우 많은 규모"라며 "시장에 새로 공급되는 양을 기준으로 할 때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지난 2차례 증산보다 크다"고 평가했다. 웨파 에너지 서비스의 부사장 마이클 린치는 "비축유 방출 결정이 시장 심리에 영향을 미쳐 유가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 전망도 적지 않다. AG 에드워드의 애널리스트 에드 매런은 "현재 미국 정유시설이 94.7%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곧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난방유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축유는 원유 상태여서 정제 과정을 거쳐야 한다. BNP파리바 상품선물의 수석 애널리스트 톰 벤츠는 "비축유 방출은 시장이 필요로 했던 것이지만 오는 11월까지 시장에 출회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결국 비축유 방출 결정이 시장의 투기심리는 일시적으로 잠재울 수 있겠지만 최근 유가 급등의 주범중의 하나인 난방유 부족사태 해결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린다는 분석이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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