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선의 실리콘밸리 통신]동포 등쳐먹는 어글리 코리안

  • 입력 2000년 9월 3일 18시 23분


어글리(추악한) 코리안. 해외 여행지에서 무례함으로 악명을 떨치던 그 이름을 말하기엔 내가 너무 부끄럽다. “누가 어떻더라”고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누워서 침뱉기인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감싸주려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정말 많다. 본국의 정계에 줄을 대기 위해 해마다 벌이는 한인단체장들의 자리싸움, 툭하면 딴살림을 차리는 일부 한인교회 신자들, 기름과 물처럼 겉도는 이민1세대와 2세대 등등.

첨단의 실리콘밸리라 해서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코리안 아메리칸’과 ‘오리지널 코리안’이 서로 엉켜 있어 어글리의 양상은 다양하기만 하다.

내 친구의 친구인 한국의 A사장(나도 이곳에서 발붙이고 살아야 하기에 가명을 쓴다)은 실리콘밸리 입성을 앞두고 마음이 편치 않다. 한국인이 없는 곳에서 시작한 뒤 나중에 실리콘밸리로 들어오라는 충고를 너무 많이 들어서다. 그는 이곳 한인 업계의 병폐를 너무 많이 들었다. 학연과 지연을 앞세운 이기주의, 실적 부풀리기, 인신공격에 거짓정보 흘리기까지…. 벤처기업 S사의 B씨는 “선발주자들은 팔짱끼고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너희도 겪어봐’라고 해요. 조금만 가르쳐 주면 가시밭을 헤매지 않아도 될 것을…”이라며 말끝을 흐린다.

사실 ‘코리안 아메리칸’들도 만만찮다는 소리도 들린다. 남편의 후배 C씨는 “같은 동포라고 믿고 자동차 구입에서부터 보험 정비까지 다 맡겼더니 바가지만 씌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나중에 항의하니 “미국식은 원래 이래요” 하더란다.

부동산업자 D씨는 올들어 산 속의 그림같은 집을 여러 채 한국인들에게 팔았다. 그는 수입이 짭짤해 좋긴 하지만 그 돈이 바로 본국 신문에서 떠들어대는 방향 잃은 벤처자금임을 알고 있다. 어찌어찌 이곳에 진출해서는 유령사무실을 차리고 교포들의 눈 먼 돈을 찾는 한심한 사기꾼들도 더러 있다.

주로 로스앤젤레스 출신(웬 지역감정?)이지만 본국에 건너가 투자자와 인연을 맺어주겠다고 큰소리치는 사람들, 영어로 사업계획서 하나 제대로 쓸 줄 모르면서 무작정 나왔다가 사무실 임대료조차 감당 못해 사업을 접은 한국 기업들도 있다.

이런 꼴들을 보면서 나는 왜 우리 설날이 ‘차이니즈 뉴이어데이’로만 불리는지, 사회 교과서에 중국과 일본은 나오는데 왜 유독 한국만 빠져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재미교포)eyoon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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