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스타니슬라프스키 '나의 예술인생'

  • 입력 2000년 9월 1일 19시 58분


스타니슬라프스키
스타니슬라프스키
근현대 연극을 논할 때 러시아의 사실주의극 전통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눈요기성 형식미 속에 화석으로 굳어져가던 무대를 갱신하고 실제적 삶의 양상을 그대로 담아내 ‘일상을 방불하는 연극’을 확립한 것이 바로 극작가 체호프, 그리고 연출가 스타니슬라프스키(1863∼1938)의 공적이었다.

20세기로의 전환기에 확립된 이 흐름은 뒷날 ‘사회주의 리얼리즘’ 원칙의 틀에도 불편없이 맞아떨어져 지금도 문화대국 러시아의 무대예술계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스타니슬라프스키의 연기론은 동서양을 뛰어넘어 근대 연기술의 중요한 교과서 역할을 한다.

스타니슬라프스키 자서전 ‘나의 예술인생’은 연기 이론서인 ‘배우 수업’의 서문격으로 쓰여진 책. 그러나 번역서 분량만 520쪽에 이르는 장대한 회고록이다. 괴테처럼 연극놀이를 통해 무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유년기, 배우로서 연기체험을 통해 확고히 무대예술관을 정립해가는 청년기, 성숙한 연극인으로서 포부를 펼쳐나가는 성숙기가 수많은 에피소드를 통해 담담히 펼쳐진다.

체호프, 고리키, 메테를링크 등 대문호들과의 교유록 중 그와 ‘환상의 콤비’였던 체호프의 추억은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 체호프가 ‘벚꽃 동산’의 제목을 정하기 위해 며칠이나 고심했다는 일화도 흥미를 자아낸다. 그러나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예술의 ‘외형’에 대한 ‘내면’의 우위, 그리고 정형적 연기의 관습(스탬프)에 대항하는 내면 표현의 중요성에 대한 역설이다.

언어를 섬세하게 다루는 데 평생을 바쳐왔던 거장의 면모 답게 긴 내용을 지루하지 않게 엮어가고 있다. ‘예술가의 초상’ 시리즈 첫권으로 출간.

▼'나의 예술인생' / 스타니슬라프스키 지음/ 강량원 옮김/ 이론과실천/ 하드커버 3만원▼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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