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랍휴스 칼럼]브라질 왜 휘청대나

  • 입력 2000년 8월 31일 18시 32분


2002년 모든 길은 한국과 일본으로 통한다. 이번 주말 전세계 68개국이 월드컵지역예선에 목을 매는 것도 바로 그 길 위에 오르기 위해서다. 그 중에서도 스페인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일전을 벌이기 위해 사라예보행 비행기에 오르는 것은 ‘지뢰밭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유럽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아울러 올 여름 유로2000(유럽선수권대회)에서 형편없이 망가진 독일은 루디 볼러를 새 사령탑으로 임명,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그리스전부터 새로운 팀 만들기에 나선다.

그러나 지역예선이 진정 사람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곳은 지구촌 다른 반구에서다.

토요일 산 페드로 술라의 프란시스코 모라잔 경기장에서는 인류 역사상 전쟁을 일으켰던 유일한 축구 경기가 다시 열린다. 1969년 월드컵 예선경기중 흥분한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는 나흘간의 전쟁을 일으켰고 2000명이 죽었다. 이후 두 나라간의 팽팽한 긴장감은 중미에 한반도의 비무장지대와 같은 국경을 만들었다.

100시간의 전쟁이 끝나고 12년 후 두 나라는 여전히 가난과 민병대의 게릴라전에 지친 와중에도 82월드컵 본선에 나란히 진출했다. 아무튼 그 전쟁은 하나의 단순한 축구 경기가 사람들의 감정에, 한 정부의 정책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증명한 놀라운 기록이다.

이번 주말 양 팀은 좀 더 안정된 분위기 속에 다시 만난다. 사실 이번 경기는 올 여름들어 그들간의 두 번째 격돌이다. 7월16일에도 두 나라는 엘살바도르에서 경기를 벌여 온두라스가 5―2 완승을 거뒀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중남미의 또 다른 가난한 나라가 최강 브라질에 다시 한번 수모를 안겨줄 계획이다. 도전자는 바로 볼리비아. ‘타후이치’로 불리는 멋진 유소년 축구 클럽을 가진 작은 나라다. ‘타후이치’는 외교관 출신인 롤랑 아귈레이라가 군부간의 전쟁 와중에 쫓겨나면서 시작된 것이다.

그는 국경 너머 브라질에서 세월을 보냈다. 조국에 돌아올 때 그는 멋진 경기에 대한 열정과 길거리 어린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칠 코치와 동행했다. 아귈레이라의 계획은 자신의 축구 아카데미를 통해 어린이들을 마약과 범죄로부터 떼어놓는다는 것이었는데 시간이 흐른 후 그의 어린이들은 94월드컵 본선에 오른 국가대표팀의 주축을 이뤘다.

요즈음 볼리비아 축구협회는 극심한 곤궁에 시달리고 있다. 예산지출이 거의 어려운 형편이다. 대표팀 감독은 60%의 임금 삭감을 받아들였다. 볼리비아는 가난에도 불구하고 이제 축구대표팀에 대한 기대가 형편없이 낮아진 브라질을 꺾기 위해 리우를 방문한다. 브라질이 올해를 빼고 역대 월드컵 예선에서 유일하게 패배한 경기가 바로 볼리비아전이었다.

호나우두의 부상으로 브라질은 지역예선 7경기에서 12명의 스트라이커를 시험했다. 그러나 아무도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 일요일 브라질은 모든 면에서 말썽뭉치인 호마리우(35)를 부를 예정이다. 호마리우는 천재이지만 동시에 천성적으로 괴팍하다.

그러나 완더리 룩셈부르고 브라질 감독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다. 그의 비판가들은 브라질이 6월 우루과이와의 홈경기에서 비겼을 때 ‘멍청이’를 연호했다. 그 이후 브라질은 파라과이에 1―2로 졌고 오랜 적수 아르헨티나에 3―1로 이겼지만 이내 칠레에 0―3으로 완패했다.

룩셈부르고를 향한 칼날은 매서웠다. 며칠전 룩셈부르고는 자신이 플라멩고, 팔메이라스,코린티안스 등 클럽팀 트레이너로 있을 당시 선수들을 사고 팔 때 커미션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그는 자신이 경영하던 회사가 파산해 부도가 났다고 시인했다.

는 자신이 전 사업 파트너였던 한 여자에게 모함을 받았고 세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변명했다. 그러면서 룩셈부르고는 자신이 저지른 가장 큰 죄는 상파울루 근처의 조그만 축구 클럽인 브라간티노를 떠나 대표팀 감독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회견장을 떠난 후 룩셈부르고는 코파카바나의 태양 아래로 나와 복수를 결심했다. 그는 “축구협회장이 나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며 “이번 일요일 브라질은 반드시 이길 것이고 멋지게 이길 것”이라고 천명했다.

브라질이 이길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는 없다. 브라질이라면 볼리비아 정도의 팀은 이겨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브라질은 단 한번도 월드컵 본선에 못 오른 적이 없었다. 일요일이 지나면 룩셈부르고는 자국의 비평가들로부터 탈출, 시드니로 날아간다. 브라질이 단 한번도 성취하지 못한 올림픽축구 금메달을 따내기 위해서.

(잉글랜드 축구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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