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승점차 근소…사령탑 '잠 못 이루는 밤'

  • 입력 2000년 8월 30일 18시 44분


“한경기 한경기가 결승전입니다. 남은 경기중 최소한 반타작이라도 할 각오입니다.”

30일 오후 현재 프로축구 정규리그인 삼성디지털 K리그 5위를 달리고 있는 대전 김기복 감독은 플레이오프 4강 턱걸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머릿속은 온갖 경우의 수로 복잡하다. 부상으로 물러나 있는 이관우와 김은중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온다. 최근 거둔 3연승 가도에 희망을 걸어보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

비단 김감독뿐만이 아니다. 플레이오프전까지 7,8경기를 남겨둔 각 팀 코칭스태프는 시즌 막바지 순위 경쟁에 피를 말리고 있다. 승점 44로 2위 전북을 13점차로 따돌리고 굳건한 선두를 지키고 있는 안양 조광래 감독 정도나 여유를 찾고 있지 나머지 9개 구단 감독은 말 그대로 입술이 바짝 바짝 타오르고 있다.

▽올림픽에 웃고 울고

9월 시드니올림픽은 각 구단 성적에 중요한 변수. 승점 20점으로 6위를 달리고 있는 수원은 4위 부천과 한경기차에 불과해 4강 진출의 희망을 걸어볼 만하지만 팀 주축인 고종수를 대표팀에 뺏겨 심란한 상태. 불안한 2위를 달리고 있는 전북(승점 31)과 3위 성남(승점 28)도 각각 김도훈과 김상식이 대표팀에 차출돼 머리가 아프다. 특히 12골로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도훈은 프로 그라운드를 비운 사이 9골로 득점 2위를 기록중인 정광민(안양)과 박남열(성남)에게 자칫 생애 첫 득점왕 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다.

후반기 들어 잔뜩 물이 오른 이동국을 뺏긴 포항도 애간장이 타기는 마찬가지. 승점 19로 7위를 달리고 있지만 최순호 감독대행 체제이후 3전2승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어 막판까지 4강꿈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

반면 이영표가 빠진 1위 안양이나 최철우 김도균이 빠진 꼴찌팀 울산은 아예 신경을 안쓰고 있다. 부천은 이원식의 부상이 걸리긴 하지만 특별한 전력 누수가 없어 올림픽기간을 기회로 삼고 있다.

▽고마운 비, 미운 비?

8월 들어 잦은 비로 6경기나 연기됐다. 그러나 리그가 10월11일 끝난후 곧바로 아디다스컵을 치르기 때문에 연기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날은 내달 9,24일과 10월7일 뿐이다. 이중 10월7일은 막판 돌발 상황에 대비해 예비일로 남겨둘 확률이 커 나머지 이틀 동안 밀린 경기를 다 소화해야 한다.

이에 따라 경기일자를 둘러싸고 각 구단이 벌이는 줄다리기도 치열하다. 부상선수가 많은 대전, 김정남 신임 감독 체제로 바뀌어 손발 맞출 시간이 필요한 울산은 될수록 늦게 경기를 가지길 원하고 있다. 반면 부천은 두 경기가 연기돼 순서대로 9일 대전전, 26일 전남전을 치러야할 처지.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전북과 성남은 올림픽팀에 차출된 주전이 돌아오는 10월7일 경기를 주장하고 있다. 연기된 경기 일자조차도 각 팀 감독에겐 명운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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