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교통선진국]"교통사고 10% 과로운전 탓"

  • 입력 2000년 8월 21일 18시 48분


올 3월6일 충남 아산시 염치읍 서원리에서 이모씨(37·여·강원도 원주시)가 운전하는 베르나 승용차가 갑자기 중앙선을 침범, 마주오던 8.5t 화물트럭과 충돌해 이씨와 동승한 두 딸 등 4명 모두가 사망하는 끔찍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조사결과 이씨가 사고 전날 충남 태안의 친정에 가기 위해 420㎞를 운전했던 것과 충분한 수면과 휴식없이 사고 당일 운전대를 잡았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사고원인을 피로 누적으로 결론지었다.

격무와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운전은 이처럼 ‘피로’의 연장선 상에 있다. 매일 운전대를 잡아야하는 운전사는 물론 가끔씩 운전하는 직장인에게도 ‘피로’는 안전운전의 ‘적’이다. 피로와 졸음이 찾아오면 눈이 감기고 주의력이 떨어져 돌발상황에 대응할 수 없게 된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과로운전 사고는 총 27만 5938건 중 단 2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교통 전문가들은 전체 사고의 적어도 10% 이상이 피로 운전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택시와 버스 운전사들의 과로 운전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전국 자동차노조연맹이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나라 대형차량(버스와 화물차) 운전사는 주당 평균 63시간 이상을 운전하고 있으며 이 중 69%가 ‘항상 피곤하다’고 응답했다. 택시운전사 김모씨(40·서울 동작구 상도동)는 “새벽 시간에 졸음이 쏟아지기 때문에 적지 않은 운전사들이 커피나 피로회복제를 많이 마신다”며 “1주일에 70시간 정도 일한다”고 밝혔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운수업 노동자에게 주당 44시간의 노동시간을 권고하고 있다.

올 상반기 전체 교통사고(13만 5481건) 가운데 ‘안전운전 불이행’(7만9522건)으로 가장 많은 사고가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이 중 상당수가 과로운전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분석한다. ‘중앙선 침범(799명)’도 마찬가지라는 것.

과로 운전을 막기 위해서는 운전자 자신의 노력 외에도 제도적인 뒷받침이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운전할 수 없도록 하고 운행일지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호주는 대형차량 운전사의 경우 5시간 이상 연속으로, 또 하루 12시간 이상 운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브라질의 대형 운송업체들은 정유회사와 제휴를 맺어 운전사들이 피곤하면 언제든지 주유소의 숙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자문위원단〓내남정(손해보험협회 이사)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유광희(경찰청 교통심의관)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정보화(건설교통부 화물운송과장)

▽특별취재팀〓윤정국차장(이슈부 메트로팀·팀장) 이인철( 〃 ·교육팀) 송상근( 〃 ·환경복지팀) 서정보(문화부) 이종훈(국제부) 윤상호(이슈부 메트로팀) 신석호기자(사회부)

▽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해동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

▼제 1회 교통안전대상 후보…개그맨등 180명 추천▼

손해보험협회가 교통사고 예방에 공로가 큰 숨은 인물을 발굴, 시상하기 위해 마련한 ‘제1회 교통안전대상’ 후보자 추천을 받은 결과 전국에서 교통관련 종사자와 경찰관계자를 비롯, 언론사대표 교수 학교장 방송인 인기개그맨 등 총 180명이 추천된 것으로 밝혀졌다.

추천된 후보자들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경찰 29명, 교육 21명, 언론 20명, 학계 11명 등으로 다양했다. 특히 각 지역사회에서 ‘인간신호등’으로 불리며 20∼30년 동안 묵묵히 교통사고 예방에 헌신해온 숨은 인물들도 많았다.

손해보험협회는 이달 중 시민단체 학계 언론계 인사들과 교통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9월말 수상자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대상 수상자에게 2000만원 등 총 1억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문의는 손해보험협회 홍보부 02―3702―8595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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