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현대 자구책 나올때까지 기다림 필요

  • 입력 2000년 8월 7일 17시 18분


증시의 투자심리를 개선할 열쇠인 현대문제가 계속 지연되면서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경제팀 개각도 현대 문제에 파묻혀 증시에 별 도움이 되지않고 있다.

현대의 자구계획이 발표돼 시장으로부터 평가를 받기전에는 장세가 호전될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므로 당분간은 보수적인 투자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게 증시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장세

현대의 자구계획 마련이 늦어지면서 증시의 심리적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분위기 쇄신을 위해 경제팀에 대한 대폭 개각을 단행했으나 새 경제팀이 업무 파악을 하는데만도 일주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현대 문제는 당장 해법을 마련하기가 어렵게 됐다.

현대의 자구대책 발표는 오는 11일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새 경제팀과 재협의가 필요하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이 이끄는 소떼 방북 일정이 10일 끝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장이 현대 사태의 답보를 참고 기다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신경제연구소 서홍석 투자전략실장은 "현대가 자구방안 마련을 늦출수록 시장의 기대치는 계속 높아져 자구책 발표가 내주로 넘어가면 어떤 대책이 나와도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리젠트증권 김경신 이사도 "7일 증시는 현대가 당초 6일에 내놓기로 했던 자구계획을 늦추면서 개각 효과가 반감된 면이 있다"며 "현대가 자구계획을 내놓을 때까지 투자자들의 불안심리에 따른 관망세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를 반영해 7일 증시는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주말보다 34.41포인트나 하락,675.59를 기록했고 코스닥지수도 4.39포인트 떨어진 119.49로 마감됐다.

이날 거래소시장의 거래대금은 1조2,708억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고 거래량도 2억1671만주에 머물렀다. 주가 급락이 이어지면서 6개월만에 종합주가지수가 20일이동선이 60일 이동선을 하향돌파하는 중기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살로먼스미스바니환은증권의 전용배 국제영업부장은 "현대 문제가 돌파구를 찾지못할 경우 매수 주체가 형성되지 못해 증시의 골의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악화된 수급 상황이 미치는 영향력 확대

증시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수급이 지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증시의 직접투자자금인 고객예탁금은 보름새 1조원이상이 빠져나가 8월4일현재 8조9,838억원으로 감소했고 투신권의 주식형 및 혼합형 수익증권 잔고도 8월들어 3일까지 4,000억원이 줄었다.

또 선물시장의 매수차익거래 잔고가 1조원가까이 쌓여있어 오는10일의 옵션만기일을 앞두고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점도 증시의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보증권 임노중 애널리스트는 "현재는 선물시장에서 외국인과 개인이 선물 매도 물량을 대규모로 내놓지 않고 있어 선물가격이 현물가격을 웃도는 '콘탱고'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나 선물지수의 하락폭이 커져 선물가격과 현물가격간 차이인 시장베이시스가 0.5이하로 줄어들거나 마이너스가 되면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대거 나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신영증권 장득수 조사부장은 "유일하게 투자여력이 있는 외국인이 거래규모를 크게 줄이고 관망세로 들어갔고 개인들도 투자심리가 위축돼 주식 수요가 사라졌다"며 "현대 문제의 조속한 해결과함께 개방형 뮤추얼펀드의 허용등 수요 진작 방안이 마련되어야 증시가 다시 숨을 쉴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닥도 현대 폭풍의 영향속으로

거래소에서 도피한 개인투자자들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현대 충격이 적었던 코스닥시장도 현대문제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충격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말 하락세로 반전된 코스닥지수는 7일 개장초만해도 강보합세를 보였으나 이내 하락세로 돌아서 전날보다 4.39포인트 하락한 119.49에 마감됐다.

코스닥 시장은 개인투자자들이 장을 이끌면서 개별종목 중심의 장이 이루어졌으나 거래소 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홀로 서기를 하는데 한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리젠트증권 김이사는 "코스닥의 경우 공급물량이 계속 늘고 있는등 근본적인 수급 문제를 안고있는 상황에서 최근 상대적으로 매도 주체가 약화되는 틈을 타 강보합세를 유지했으나 개인이 장을 주도하는데는 역부족임이 드러났다"며 "코스닥이 다시 힘을 받으려면 거래량이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다리는 투자자세 필요

장세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형편이어서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을 관망하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 현대의 해법이 나오기 전에는 투자심리가 살아날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교보증권 임 애널리스트는 "약세장에서는 실적 중심의 선별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데 개인투자자들은 유망종목을 선별한다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옵션만기일이 지나고 현대의 자구안이 제시될 때까지는 보수적인 투자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장세가 살아나는 것을 확인하고 투자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박승윤<동아닷컴 기자>par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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