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of the week]新 펑크주의 밴드 Green Day

  • 입력 2000년 8월 2일 16시 46분


▶ 쓰리 코드의 단순무식?

뉴 펑크(Neo-Punk) 일단의 핵심 멤버, Green Day가 2000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발(2000 Tripord Rock Festival)에 헤드라이너로 참여한다. 현재 새 앨범 [Warning]을 위해 스튜디오 작업 중인 그들이 90년대에 이어 또 다시 즐겁고 유쾌한 쓰리 코드 물결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하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새 앨범 이전에, 관객들을 쇼크 직전까지 몰고갈 정도의 도전적인 라이브로 정평(?)나 있는 그들의 공연을 직접 목격할 수 있는 기대감에 사로잡혀 보는 것은 어떤가.

90년대 펑크의 전성 시대는 Green Day와 Offspring 양자구도로 이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Grunge Is Dead'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져간 Kurt Cobain의 무덤 위에서 대중 음악계의 판도를 뒤엎은 것은 다름 아닌 뉴 펑크 일단이었다.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70년대의 펑크를 90년대 다시 꺼내들어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것은 Green Day와 Offspring. 이 뉴 펑크 일단은 이름 그대로 70년대 오리지널 펑크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뉴 펑크 일단은 그들의 선배 Clash, Bad Religion, Sex Pistols, Ramones가 중요시 했던 정치적인 성향에서 벗어나 개인적이고 자기회의적인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다. Green Day 역시 무책임한 불평, 불만에다 패배감과 무기력에 빠져있는 X-세대의 일면, 자기모독적인 내용을 담은 가사를 취한다. 이때문에 혹자는 Green Day를 가리켜 단지 게으른 세대의 상징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난 성장하지 않아. 단지 불 타 없어지는 거야. 그래서 사자들 사이를 걸으려고 줄서 있어.(Burn Out).",

"널 완전히 분해해 버릴 거야. 폭발물 선이 내 척추에 달려 있어. 아무도 내 마음을 바꾸지 못해(Have A Blast).".

"가끔 네가 최선을 다했을 때도 너는 최악으로 보여.(Nice Guys Finish Last)"

"젊음의 원천이 고갈되고, 지금 나는 탈수상태에 놓여있어.(Hitchin' A Ride)"

"내 꿈을 분석하려고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어. 그녀는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 성적 욕구불만이라고 하더군.(Basket Case)"

Green Day가 그들의 선배와 다른 것은 가사 뿐만이 아니다. Billie Joe Armstrong과 Mike Dirnt가 10대 시절 Sex Pistols나 Bizzcocks에 심취한 소년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펑크의 원류를 그대로 따를 생각은 없었다. 펑크 밴드답게 쓰리 코드에 모든 것을 맡겼지만 그들은 그 위에 팝적인 감각의 멜로디를 가미한다. 귀에 착착 달라붙는 간단명료하면서도 흥겨운 사운드는 기존의 펑크 밴드와는 색다른 것이었으며, 이들의 사운드는 말 그대로 '새로운 펑크(Noe-Punk)'였다. 그러나 새로운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빠른 속도감과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이들의 펑크는 펑크록이라 하기보다는 펑크팝에 가깝다. 이러한 그들의 변질적인 음악은 펑크 순수주의자들의 반감을 사기 충분했다.

사실상 Green Day는 선배들의 위대한 유산을 충실히 물려받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것을 혁신적으로 재창조해 낸 것도 아니다. Green Day를 향한 비난은 그들 뿐 아니라 그들의 음악을 흥겹게 들으며 펑크를 사랑한다고 외치는 팬들에게까지 그대로 적용됐다. 대체 Sex Pistols, Clash를 듣지도 않았으면서 어찌 펑크 매니아라고 할 수 있는가. 이것이 펑크 순수주의자들이 Green Day의 팬들에게 쏟아붓는 비아냥거림이었다.

그런데Green Day가 그저 게으른 세대를 대변하며 말랑말랑한 펑크팝 사운드를 들려주는 밴드일 뿐일까. 그들의 공연은 그 어느 밴드 못지 않게 과히 폭발적이다. 밴드 리더 Billie Joe Armstrong은 걸핏하면 무대에서 아랫도리를 벗어내리고, 관객들로 하여금 "Shut The Fuck Up!"을 연호하도록 호령하기 일쑤다. 어쩌면 이러한 그들의 무대 매너조차 하나의 장난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을지 모른다.

그러나 젊은이들의 욕구를 대변하는 그들의 과격한 무대 매너와 귀에 척척 달라붙는 멜로디는 그들의 메이저 데뷔작 [Dookie]를 800만 장 이상 판매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메이저 레이블의 홍보 효과도 빠질 수 없다. 그들이 [Dookie] 이전 마이너 레이블 Lookout에서 발매한 두 장의 앨범 [1039/Smoothed Out Slappy Hour], [Kerplunk] 역시 [Dookie]와 다를 바 없는 펑크팝 앨범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대중적인 지지를 얻게 된 것은 [Dookie]로부터다. 단지 달라진 점이라면 'Basket Case'와 같은 결정타가 없었다는 것이라 할 수도.)

그들이 지닌 팝적인 감각이 펑크를 타락시켰든 아니든 간에 Green Day는 90년대 젊은 세대를 대변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이 비록 펑크의 원형을 따르지도 않았고, 또 펑크를 완전히 다른 것으로 재창조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들은 90년대의 젊은이들에게 선배 펑크 밴드들을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까지 선사했으며, 70년대 후기의 펑크 사운드를 젊은 세대에게 선보인 공헌자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또 하나의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은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 분노가 일어날 듯하다가도 마냥 즐거워진다는 것. 자기모멸적인 분노로 가득차 있으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그들의 유머는 팝적인 감각과 결합되면서 펑크를 지하실로부터 메이저로 끌어올렸다.

Green Day는 지난 4월부터 오클랜드의 스튜디오에서 새 앨범을 작업 중이다. 2년 간의 준비 기간을 통해 발표되는 이번 앨범에서 그들은 전작들보다 한층 깊이 있으면서 다른 음악을 들려줄 것이라 자화자찬한다. 97년 세 번째 앨범 [Nimrod]가 그랬듯, Green Day가 자신들을 '메이저 産 펑크(Corporate Punk)', '파티 펑크(Party Punk)'라 모욕했던 이들에게 또 한방 먹일 수 있을지 기대해 봄직하다.

쓰리 코드의 단순무식한 사운드라 이들을 칭해도 좋다. 마리화나(Green Day)보다 더 중독성이 강한 이들의 즐겁고 엉뚱한 사운드에 매료당하지 않을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90년대 중반에 이어 뉴 펑크 신드롬을 다시 불러일으킬 것에 대한 기대에 앞서 그들을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발에서 만나 젊음을 만끽하는 것은 어떨까.

조은미 jamogue@tubemusic.com

기사제공 : 튜브뮤직 www.tubemus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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