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공산주의의 가족이론은 생산이 늘고 사회가 진보함에 따라 사유재산과 함께 가족제도가 소멸한다고 보았다. 이 이론을 주장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가족제도를 봉건적 잔재쯤으로 간주했다. 봉건사회가 자본주의를 거쳐 공산화 사회로 이행되면서 그것이 깨진다고 했다. 북한과 중국의 민법이 가족이란 말 대신 ‘가정’이라는 용어를 주로 쓰고 있는 것도혈연개념을 바꾸기 위해서라고 한다.
▷북한이 1990년 10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한 가족법은 그 명칭에만 가족이란 말을 넣었지 법조문에서는 모두 ‘가정’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결혼은 가정형성의 기초이다’(제2조)라든가 ‘가정은 사회의 기층생활단위이다’(제3조), 또 ‘가정생활에서 남편과 아내는 똑같은 권리를 가진다’(제18조) 등 조문 어디에도 ‘가족’이란 말은 사용하지 않았다. 법의 주 내용은 결혼과 이혼, 가정, 후견, 상속 등에 대한 규정이다.
▷이번 8·15 이산가족 상봉은 200명 선정명단에 든 신청자가 만나기를 희망하는 사람의 생사여부와 주소확인을 거쳐 이루어지는 것이다. 선정명단에 끼지 못하면 생사여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남쪽에서 만나기를 신청한 북한 내 이산가족 중 46.8%는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측이 생사확인을 요청한 남한 내 이산가족 중 절반도 이미 세상을 떴다고 한다. 이산가족의 대부분은 70, 80대 이상의 고령이다. 그들의 건강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가슴에 한을 담고 끝내 ‘만남’을 못 이룬 채 숨져 가는 이산가족이 더 있어서는 안 된다. 판문점이든, 어디든 빨리 면회소를 설치하여 이산가족 상봉이 대규모로 이뤄져야 한다. 이것은 거역할 수 없는 인도주의다.
김재홍<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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