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醫保 공백 한달…'진흙탕 싸움' 끝이 없다

  • 입력 2000년 7월 28일 18시 55분


“어제부터 하루종일 전화해도 부천지역공단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파업하기 때문이라는데. 열 받는다! 상담도 못하고….” 28일 시민 김모씨가 통합 의료보험조직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다른 시민 유모씨는 “고지서가 안 왔다. 전화를 했다. 그러니까 파업이라는 안내 녹음만 돌아간다. 급하면 찾아오라나. 요즘 같은 무더위에 어딘지도 모르는 위치를 물어 물어 아기를 업고 갈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다”고 하소연했다.

한달째 계속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사회보험노조(구 지역의보노조) 파업 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공단측은 7월초 노조원 35명에 대해 파면 해임 정직 등 1차 징계를 내리고 지난주 58명을 직위해제한 데 이어 28에는 관리책임을 물어 공단 간부직원에 대해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

▽간부직원 문책인사〓국민건강보험공단은 조직을 무기력하게 관리해 공단의 위기상황을 초래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공단 간부직원 32명을 직위해제했다. 이번에 직위해제된 간부직원은 지역본부장 1명, 지사장 19명, 부장 12명 등으로 1, 2급 간부직원에 대한 대규모 문책인사는 통합공단 발족 이래 이번이 처음이라고 공단은 밝혔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공단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 것은 노조만의 책임이 아니라 조직을 실질적으로 지휘통제하고 있는 간부직원들에게 더 막중한 책임이 있다는 판단 아래 근무기강 특별감사를 실시해 대상자를 추려냈다”고 말했다. 직위해제된 인사들은 앞으로 3개월 동안 보직을 받지 못하면 자동 면직된다.

▽사이버 테러 논란〓공단측은 최근 국회 언론사 등에 ‘사회보험노조는 국민을 위한다는 가면을 벗어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냈다. 노조 통신망에 박태영(朴泰榮)이사장 등을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써가며 원색적으로 비방한 내용의 글이 올라 있다는 내용이었다. 대통령을 겨냥한 험구도 있었다.

노조측은 공단측이 글을 몰래 올려 놓고 노조원이 쓴 글인 것처럼 여론조작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반면 공단측은 “문제의 글은 7월2일과 4일에 통신망에 등재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달 30일 발생한 이사장 감금 폭행이라는 물리적 충돌에서 지금은 상호 비방전으로 싸움의 양상이 바뀐 셈. 이런 상황에서 공단 업무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약 200만 가구의 자격 변동 파악 및 전산 처리가 안되고 있으며 보험료 조정 및 급여 사후관리 업무도 중단된 상태다.

▽돌파구는 없나〓공단측은 노조측에 3가지 요구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새 집행부를 구성하고 파업을 철회해 업무에 무조건 복귀하며 폭력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는 “새 집행부를 구성하라는 것은 노조를 파괴하려는 것”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며 무조건 교섭을 주장하고 있다. 사과 부분에 대해서는 노사 공동으로 사과할 수는 있다는 뜻을 비치고 있다.

공단측은 지난해 37일간 파업 끝에 결국 노조의 요구를 거의 수용했던 ‘오류’를 이번에는 범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공단측이 ‘백기 투항’을 요구하고 있다며 27일부터 7000여명의 조합원 상경 투쟁을 감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노조가 파업을 풀고 △노사 공동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종전의 양측 협상라인을 바꿔 단체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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