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장줴 신세계 '숨은보물'…첫승 이끌어

  • 입력 2000년 7월 25일 18시 43분


신세계 장줴
신세계 장줴
“팀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 너무 너무 기쁘다.”

장줴(24)는 경기직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가뿐 쉼을 내몰았다.

중국 저장성 출신. 장줴는 팀의 10대 ‘천방지축’ 용병동료 천리샤(18)와는 달리 내성적인 성격이다. 두달 동안 한국에서 용병으로 뛰며 받는 돈은 4000달러. 이중 정작 장줴 손에 들어오는 것은 800달러뿐이다. 나머지는 중국연맹과 팀의 몫. 그러나 장줴는 효녀다. 그 적은 돈을 쪼개 중국에서 미리 써온 부모님 선물목록을 벌써 다채워놨다.

신세계 쿨캣이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현대건설을 누르고 결승1차전에서 승리, 여름리그 여왕등극에 한발 다가섰다.

신세계는 25일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한빛은행배 2000 여자농구 여름리그 결승1차전에서 72―71로 귀중한 승리를 거두고 3전2선승제의 결승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됐다.

이날 히로인은 정규리그 내내 수면 밑에서 좀처럼 얼굴을 내밀지 않았던 중국 용병 장줴. 장줴는 연장전 종료버저소리와 함께 골밑돌파를 하다가 현대 정윤숙으로부터 파울을 얻어내 천금과 같은 자유투를 얻어냈다. 이미 시계는 멈춘 상태. 스코어는 71―71 동점.

장줴는 첫번째 자유투를 놓쳐 이문규감독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었다. 그러나 두번째 자유투를 예쁘게 넣었다. 그리고 활짝 웃었다. 신세계의 극적인 승리.

장줴는 정규리그 20경기 중 16경기에만 출전했다. 출전시간도 정선민이 771분인데 반해 불과 272분으로 팀내 6번째. 주전가드 양정옥과 이언주가 지칠 때마다 잠시 코트에서 공백을 메워주는 것이 그의 임무.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정선민에게 상대수비가 집중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신세계 이문규감독의 비책은 바로 개인기가 뛰어난 장줴에게 득점기회를 열어주는 것이었고 이 작전은 기가 막히게 먹혀 들어갔다.

4쿼터까지의 40분간에도 양팀의 스코어는 60―60으로 동점. 5분간의 연장전에 들어가서도 좀처럼 점수차가 벌어지질 않았다. 연장전 종료 50초를 남기고서 이언주의 드라이빙 레이업슛으로 69―71로 2점 뒤진 신세계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일까. 종료 43초를 남기고 빠르기로 소문난 현대 김영옥이 오른쪽으로 돌파를 하다가 라인을 밟는 뼈아픈 실수를 저질러 공격권은 다시 신세계로 넘어갔다. 다시 이언주의 중거리슛으로 71―71 동점.

신세계는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장줴의 자유투로 승리를 지켜냈다.

신세계는 3쿼터까지 53―40으로 앞서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었다. 하지만 4쿼터에서 현대 전주원이 국가대표로 같이 뛴 경험이 많아 성향을 뻔히 아는 신세계 ‘기둥’ 정선민의 수비를 맡아 무득점으로 묶어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정규리그 3점슛 1위 이언주가 3점슛 4개를 포함 24득점을 올렸고 정선민은 득점찬스를 동료들에게 양보하며 14득점 13리바운드로 승리의 조역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승리의 일등공신 장줴는 18분8초를 뛰어 결승 자유투를 포함 11득점을 올렸다.

<김화성기자>mar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