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Science]번개의 신비

  • 입력 2000년 7월 20일 18시 38분


만약 제우스가 살아서 지상에 번개를 던지며 껄껄대고 있다면 그가 있는 장소는 분명히 캔자스주 굿랜드의 하늘일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격렬한 뇌우가 숱하게 일어나는 곳이 바로 굿랜드이기 때문이다.

10여개의 대학과 정부 연구소 등에 소속돼 있는 과학자들은 최근 번개와 뇌우에 동반되는 혹독한 날씨에 대한 연구를 계획, 굿랜드 근처의 옥수수밭에 장비를 배치했다. 16일에 끝난 이 8주간의 실험에서 과학자들은 번개의 생성에 관한 기존의 이론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는 몇가지 놀라운 사실들을 발견했다.

그 중에는 보통의 번개처럼 전자가 아래로 내려꽂히는 것이 아니라 지상에서 구름을 향해 치솟아 올라가는 소위 역번개의 다발현상, 뇌우가 일어나는 곳의 대기권 상층부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블루 제트’ ‘빨간 요정’ ‘엘프’ ‘트롤’ 등의 이상한 빛을 야기하는 원인에 대한 새로운 단서 등이 포함돼 있다.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지속되는 빨간 요정은 역번개의 윗부분에만 나타나는데 이것이 역번개와 빨간 요정에 대한 수수께끼를 한층 더 신비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실험결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심한 폭풍 속에서 토네이도를 예측할 수 있는 몇가지 사건들이 목격된 것이다. 예를 들어 과학자들은 구름 속에서 모든 번개가 갑자기 멈춰버리는 상승기류 지역이 나타나면 조금 후 그 지역에서 토네이도가 생기는 장면을 목격했다. 과학자들은 만약 이처럼 번개가 멈춰버리는 현상이 토네이도의 전조라면 우박과 토네이도 등 기상악화에 대한 좀더 정확한 단기예보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오클라호마주 노먼에 있는 국립폭풍연구소의 도널드 맥고먼 박사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폭풍을 품고 있는 구름의 내부에서 기본적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매우 잘알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예를 들어 과학자들은 반쯤 얼어붙은 물의 입자와 얼음 결정들이 커다란 구름의 내부에서 충돌할 때 공기 중의 차가운 상층부에서 번개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물의 입자와 얼음 결정의 충돌이 양전하와 음전하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음전하는 구름의 중간부분이나 아랫부분으로 가라앉는 반면, 양전하는 구름의 윗부분으로 올라간다. 공기가 이 정반대의 전하들을 더 이상 서로에게서 떼어놓을 수 없게 됐을 때 제멋대로 튀어나온 전자들로 인해 번개가 시작된다.

한편 폭풍의 경우에는 지상 근처의 뜨거운 공기가 차가운 곳으로 상승하면서 공기 중에 있던 모든 습기가 작은 물방울로 응축된다. 그리고 강력한 상승기류에 의해 비가 형성된다. 이러한 폭풍은 오래 가지 않고 금방 끝난다.

바람이 아주 강하거나 온도차가 매우 크고 습기의 양이 아주 많을 때는 커다란 구름들이 적란운으로 발달해 주변 공기가 소용돌이처럼 회전하게 된다. 바로 여기에서 토네이도 등 여러가지 혹독한 기상변화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날씨는 변덕스러운 것이어서 적란운과 공기의 소용돌이가 생겼다고 해서 반드시 비와 번개가 발생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비와 번개 없이 커다란 우박만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토네이도만 발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맥고먼 박사는 같은 현상이 빚어내는 결과가 이처럼 차이를 드러내는 이유를 알려면 폭풍을 품고 있는 구름의 미세한 물리적 속성과 카오스이론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더 깊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굿랜드에서 실시한 이번 실험에서 과학자들은 폭풍이 발생할 때 지상뿐만 아니라 공중에서도 자료를 수집했다. 강렬한 폭풍의 중심으로 뚫고 들어가서 구름 속에 있는 물과 얼음 입자의 스펙트럼, 기압, 온도, 전기장 등을 측정하는 데 이용된 비행기는 실험이 끝나기 1주일 전에 고장났지만 여기서 수집된 자료와 지상에서 레이더를 통해 수집된 자료를 비교하면 번개의 발생에 대해 더 많은 것이 밝혀질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science/071800sci―environ―lightning.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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