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이규송/땅 가치에 맞춰 산불피해 복원을

  • 입력 2000년 7월 20일 18시 13분


4월의 동해안 산불은 우리나라 산불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 2만3448㏊의 산림을 불태웠다. 산불이 진화된 다음에는 각계 전문가와 언론이 산불 피해 현장을 답사하면서 생태계를 진단하고 나름대로 복원방법을 제시했다. 그 과정에서 산불 피해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방법과 관련해 ‘자연복원’과 ‘인공조림’ 논란이 벌어졌다.

일반 국민의 눈에는 자연복원과 인공조림이 서로 병행할 수 없는 일방적이고 대립적인 주장으로 비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주요한 논점에서 벗어난 것이다. 왜냐하면 공익적 가치를 증진하기 위한 자연복원과 경관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경관림 조성 및 목재와 임업 부산물 생산을 위한 인공조림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부터 주요한 논점은 다음 3가지가 돼야 한다. 첫째, 숲이라는 생태계가 서있는 땅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이다. 땅의 가치는 지리적 위치, 기후, 토질, 지질, 주민들의 이용방법과 이용빈도, 관광객 방문여부, 국토개발과 생태계 보존 같은 국가정책 방향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땅에 대한 가치 평가 작업은 매우 복잡하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둘째, 최소 비용으로 땅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복원방법은 무엇이고 그런 복원방법을 선택하는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셋째, 산불 피해지역 복원에 대한 합리적 의사결정체제는 무엇인가이다.

96년 고성 산불 이전까지는 산불 피해지에 대한 복구정책은 의무조림정책이었다. 이 정책은 과거 60, 70년대의 자생력이 없는 황폐한 산림을 녹화하기 위한 최선책이었다.

동해안의 대형산불은 숲의 가치와 훼손된 생태계 복원을 위한 합리적 의사결정체계에 대해 생각할 기회도 주었다. 그동안 산불 피해지역의 합리적인 복원방법을 찾기 위해 숲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다양한 분야에서 정밀조사를 진행해 왔다.

이후에는 그 결과에 대한 공청회를 거쳐 구체적인 복원방법이 결정될 것이다. 이런 과정은 생태계 복원을 위한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규송(강릉대 교수·식물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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