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새영화/춤추는 무뚜]인도판 '왕자와 거지'

  • 입력 2000년 7월 13일 18시 54분


할리우드와 한국의 대작 영화가 휩쓴 극장가에 좀처럼 볼 수 없던 인도영화가 선을 뵌다. 15일 개봉될 ‘춤추는 무뚜’는 노래와 춤 멜로 액션 코미디가 뒤섞여 있어, 요리 양념 이름을 따 ‘마사라 영화’라고 불리기도 하는 인도영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무뚜(라지니 칸트)는 대지주 라자(사라트 바부)의 시종. 무뚜를 데리고 유랑극단의 연극을 보러 간 라자는 미모의 여배우 랑가(미나)에게 반한다. 그러나 랑가가 사랑을 느끼기 시작하는 사람은 라자가 아니라 무뚜다. 질투를 느낀 라자가 무뚜를 내쫓자 라자의 어머니는 무뚜가 사실 대저택의 실질적인 주인이라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착하고 정의롭지만 비천한 무뚜가 알고보니 고귀한 신분이었다는, 인도판 ‘왕자와 거지’인 셈이다.

무뚜와 그의 아버지 1인 2역을 맡은 주연배우 라지니 칸트는 출연한 모든 영화에 ‘수퍼스타 라지니’라는 자막이 붙을 정도인 톱 스타. 가난한 버스 차장이었다가 피리를 불며 차표를 파는 등의 엉뚱한 행동이 눈에 띄어 영화계에 스카우트됐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가상 공간조차 정교하게 그려내는 할리우드 기술과 요즘 영화들의 복잡한 구조에 익숙해진 눈에 ‘춤추는 무뚜’가 주는 첫인상은 황당할 정도로 유치하다. 무뚜가 싸우기 직전 준비동작으로 목에 걸친 수건을 고쳐 맬 때 울리는 과장된 효과음, 툭툭 잘리는 편집, 느닷없이 춤에서 액션 멜로로 바뀌는 화면 등 ‘춤추는 무뚜’의 연기와 연출 기술은 과장되고 엉성해서 웃음이 터진다.

그러나 그게 이 영화의 매력. 완성도가 낮아도 고상한 척 하려 하지 않는 소박한 활기가 서서히 관객에게 전달되고 즐거움을 전염시킨다.

또 유치한 드라마가 못마땅한 관객조차 외면할 수 없을만큼 이 영화의 뮤지컬 장면들은 근사하다. 전부 립싱크이긴 하지만 수십명의 무용수가 수시로 의상을 바꿔 입어가며 선보이는 화려한 뮤지컬 장면들은 테크노 음악과 인도 전통 멜로디를 결합한 독특한 미학을 보여준다.

한 해 800편 가량의 영화가 제작되는 인도는 세계 최대의 영화 생산국. 세계를 휩쓴 할리우드 대작 영화도 인도에선 명함도 못내민다. 이는 인도 관객들이 마음 설레는 환상이나 아찔한 신기술보다 ‘춤추는 무뚜’처럼 유쾌한 노래와 춤으로 가난한 현실을 잊게 해주는 단순한 구조의 오락영화를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춤추는 무뚜’는 인도에서 15주간 장기상영됐고 지난해 일본에서 개봉돼 70억원 가량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감독 K.S.라비크마르. 15세이상 관람가.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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