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속 의학] 클레오파트라는 갑상선기능 항진증?

  • 입력 2000년 7월 4일 19시 14분


이집트 덴데라의 한 사원에 남아 있는 부조에는 클레오파트라로 생각되는 여인상이 있다. 좀 주의깊게 살펴보면 이 여인상의 목 앞부분이 정상인에 비해 매우 커져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의사의 입장에서는 이 클레오파트라의 갑상선종이 혹시 갑상선기능항진증에 의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시저나 안토니오가 클레오파트라의 아름다움에 반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사람들은 지금도 그녀의 아름다움의 근원이 무엇일까 궁금해 한다. 좀 엉뚱한 얘기 같지만, 그녀의 타고난 미모에 더하여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앓고 있어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던 것은 아닐까?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앓는 젊은 여성은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 먼저 체중이 줄어 날씬해지고, 눈은 놀란 듯 커져 보인다. 또 혈액의 흐름이 증가해 얼굴의 혈색이 붉어지고, 피부는 땀으로 약간 촉촉해진다.

클레오파트라의 갑상선종이 갑상선기능항진증에 의한 것이었다면 그녀의 병이 미모를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들어 천하의 영웅들을 사로잡았는지도 모르겠다.

‘바세도우씨 병’으로도 불리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갑상선호르몬의 분비가 지나치게 많아져 체내에서의 화학반응을 가속화하는 특성이 있다. 즉 신진대사가 과도하게 활발해짐에 따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지고, 이에 따라 식욕은 왕성해지지만 체중은 줄어든다. 여기다 정신적으로는 신경질이 나타날 수 있다. 미인의 ‘튕기는 듯한’ 신경질은 오히려 남성을 끌어당기는 매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터.

갑상선기능항진증을 가진 젊은 여성 가운데 치료를 시작하면서 ‘살이 쪘다’ ‘붓는다’ ‘얼굴이 변했다’ 하면서 투약을 중단하고 병원에 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위험하다. 치료를 중단하면 심혈관계나 뼈에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임기 여성은 2세에게도 매우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병원 치료를 계속해야 하며 체중 조절을 위한 식이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사실 건강한 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호수같이 눈이 큰 미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면 넌지시 목 부위도 한번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전재석(서울을지병원 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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