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새음반]안드레아 숄 '비발디'/부드러운 음색-기교

  • 입력 2000년 6월 28일 19시 26분


불과 2,3년 전만해도 일반인이 카운터테너를 보는 시선은 ‘남자가 여자의 음역을 노래한다’는,사뭇 신기함에 찬 것이었다.

브라이언 아사와, 요시카즈 메라 등의 내한공연이 이어지면서 카운터테너의 다양한 개성을 평범한 음악팬도 구분지을 수 있게 됐다. 아사와는 가장 여성적이고 윤기있다, 다니엘즈는 가장 힘있고 선이 굵다, 숄과 메라는 부드럽고 서정적이다는 등.

안드레아스 숄이 오스트레일리언 브란덴부르크 관현악단 반주로 새로 내놓은 비발디 음반 (필립스)은 그의 부드러운 음색과 정교한 기교를 두루 보여준다.

실린 작품은 ‘니시 도미누스’(주님이 집짓지 않으신다면)와 ‘클라레 스텔레’ (빛나는 별들) 등 네 곡의 모테트

(종교적 칸타타). 중간에 현을 위한 협주곡 두 곡을 배열해 단조로움을 피하고 있다. 음반 표지의 다소 방심한 듯한 웃음은 맺힌 데 없이 매끄러운 숄의 평소 개성을 말해주는 듯 하다.

폭신하면서도 유연하게 들리는 그의 노래는 그런 평소 인상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그러나 ‘니시 도미누스’의 다섯 번째

곡이 요구하는 화려한 기교에 더해 그는 강력한 인상과 강주(强奏)에서의 빛나는 음색을 자랑한다. 빠르게 진행되는 악구는 잘 손질된 빌로드처럼 말끔하고, 느린 노래에서의 약주(弱奏)는 사람의 목소리를 벗어나 자연과 공명하는 플루트의 소리처럼 들린다. “비발디의 성악음악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그것은 음악과 함께 하는 명상이며, 노래하는 사람과 감상하는 사람 양쪽을 위한 카타르시스다”라고 숄은 말한다.

★★★★(만점〓★5개)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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