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北 박호길5단 "이창호 9단 존경…한번 겨뤄보고 싶어"

  • 입력 2000년 6월 27일 19시 22분


최근 열린 22회 세계아마바둑대회에 참가한 북한 대표 박호길 아마5단이 수읽기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열린 22회 세계아마바둑대회에 참가한 북한 대표 박호길 아마5단이 수읽기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일본 센다이(仙臺)시에서 열린 제22회 세계아마바둑선수권전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올해 만 16세의 북한 대표 박호길(朴虎吉) 아마 5단이었다.

박5단은 우승자인 일본대표 사카이 히데유키(坂井秀至) 7단에게 한판을 졌을 뿐 나머지 대국에서 전승을 거둬 7승 1패로 2위를 차지했다. 박군은 92년부터 이 대회에 참가해온 북한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한국 대표 홍맑은샘 9단은 7승 1패로 박5단과 동률을 이뤘으나 승점에서 뒤져 3위를 차지했다.

일본 현지에 한국 대표단으로 파견됐다가 박5단을 만나봤다.

―바둑은 어떻게 배우게 됐나.

“아마 4단인 아버지에게 96년부터 배웠다.”

―아마 7단까지 있는 북한 바둑에서 아마 5단이면 단위(段位)가 낮은 것은 아닌가.

“학업 때문에 승단 대회에 제대로 참가하지 못해서 그렇다.”

이때 옆에 있던 북한 관계자가 “5단이지만 국내 바둑의 최정상급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는 어떻게 참가하게 됐나.

“아마 정상급 기사들이 선발전을 가졌다. 몇해전 세계아마선수권전에서 3위를 한 문영삼군을 누르고 대표로 선발됐다.”

―일본어를 매우 유창하게 하던데.

“부모님이 재일 북송교포다.”

―혹시 한국바둑에 대해서 알고 있나.

“일본 바둑책을 보고 한국 바둑계 소식을 많이 접한다. 요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이세돌(李世乭) 3단이나 목진석(睦鎭碩) 5단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가장 존경하는 기사는 누구인가.

“(당연하다는 목소리로) 뭐니뭐니해도 세계 최강의 실력을 갖고 있는 이창호(李昌鎬) 9단이다. 북한에서 바둑기사를 양성하는 평양원의 어린 기사들은 주로 이9단의 바둑을 연구하고 있다.”

―평양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기사들은 몇 명이며 수준은.

“약 500명이며 그중 아마 7단급도 40∼50명 있다. 내년부터는 프로기사를 선발할 것으로 알고 있다.”

―바둑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나.

“하루에 보통 5시간 정도 한다. 나머지 시간에는 학업과 취미생활을 한다.”

―취미는 뭔가.

“축구를 좋아한다. 실제 축구도 많이하고 FIFA98 같은 컴퓨터 축구게임도 즐긴다. 가끔 일본 만화도 보고 클래식기타도 좀 친다.”

―앞으로의 꿈은.

“프로기사가 돼 이창호 9단과 한번 겨뤄보고 싶다.”

남치형(프로기사 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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