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행, 채권형펀드 조성 앞두고 회사채 긴급매수

  • 입력 2000년 6월 25일 19시 42분


은행들이 다음달 1일 채권형 펀드 조성에 앞서 1주일간 발생할지도 모를 기업 자금난을 막기 위해 26일부터 자체적으로 회사채 사들이기에 나선다.

국민은행 김상훈(金商勳)행장과 주택은행 김정태(金正泰)행장, 한빛은행 김진만(金振晩)행장 등 12개 은행장들은 24일 오전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모임을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위원장도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금융권에 따르면 26∼30일 약 10개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하지만 채권형 펀드의 조성에 앞서 1주일간의 공백 기간에 이들 기업이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 기업들은 향후 1∼2주일간이 자금난의 최대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은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의 발행회사채를 일단 인수한 뒤 내달 1일 채권형 펀드가 조성되면 이를 펀드에 팔고 펀드 수익증권 매입금액(출자금액)과 상계하기로 했다.

국민은행 채권팀의 최창진(崔彰珍)과장은 “다음주 회사채 발행기업 중에는 8개 기업 정도가 발행하는 회사채가 그동안 시장에서 소화가 안되던 투기등급채권이기 때문에 은행들이 긴급 매수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최과장은 “은행들이 회사채 매입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채권펀드 조성 전에 우려됐던 일시적인 기업 자금난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다만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채권형 펀드 조성 등 잇단 정부의 개입에 다소 반발했지만 시장안정을 위해서 불가피하다고 보고 정부 시책에 협조하는 쪽으로 방향 전환을 한 상태. 그동안 회사채 인수를 꺼렸던 것과는 달리 26일부터 인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게 은행권의 전망이다.

한편 은행들은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는 투신사와 자산운용사의 감시 및 감독을 강화해 객관적인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를 받아 신용위험이 충분히 검증될 수 있는 상품을 설계토록 요구할 계획이다.

또 채권형 펀드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은행은 자회사로 두고 있는 투신운용을 포함해 최소 3개 투신운용 및 뮤추얼펀드에 자금을 분산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자산담보부채권(ABS)의 경우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이 10∼30% 정도를 부분 지급 보증토록 해 펀드의 안전성을 높이기로 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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