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핫라인]'이브의 모든 것' 허영미役 김소연

  • 입력 2000년 6월 18일 19시 35분


MBC TV의 수목 미니시리즈 ‘이브의 모든 것’의 세트 촬영이 이뤄지는 의정부 MBC 연수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 50분. 김소연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소연이는 워낙 성실해 촬영에 늦은 적이 없다”던 스태프들의 칭찬 그대로였다.

중간중간 세트를 고치는 사이 다른 출연자와 스태프들이 풀어져 있는 와중에도 김소연은 세트장에 홀로 남아 대사를 연습하면서 감정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 열성 때문일까. 30%를 넘는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이브…’에서 이중적인 성격을 보이는 악녀 허영미를 섬뜩하리만큼 잘 소화해내는 김소연의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는 칭찬을 듣고 있다.

“허영미는 그냥 악하기만 한 캐릭터가 아니에요. 불행한 어린 시절을 성공을 통해 보상받으려는 생각에 사로잡힌 인물이지요.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만큼은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김소연이 연기한 허영미는 초기에 시청자들의 동정을 많이 받았다. 채림이 연기하는 착하고 고운 캐릭터인 진선미보다 질투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허영미가 훨씬 ‘인간적’이라는 평이었다.

그러나 단순명료한 선악구도가 드라마 진행에 유리하다는 점 때문에 허영미는 극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점점 더 악하게 그려지다못해 종영을 앞둔 요즘은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길을 가다보면 ‘허영미다, 쟤 너무 싫어’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근데 그런 말이 속상하긴커녕 오히려 칭찬같아요. 그만큼 악한 연기를 잘 했다는 뜻 아니겠어요? ”

비로소 ‘대표작’을 갖게 된 김소연은 이제 스물이지만 나이에 비해 의외로 연기 경력은 길다. 중학교 3학년이었던 95년 SBS의 ‘공룡선생’으로 데뷔했다. 엑스트라로 출연하기 위해 갔다가 즉석에서 테스트를 받고 발탁됐다. 같은해 출연한 ‘딸부잣집’으로는 KBS 아역상을 탔다.

그후 ‘예스터데이’ ‘우리는 길 잃은 작은 새를 보았다’ 등 여러편의 드라마와 영화 ‘체인지’에 출연했으나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그래서 김소연은 “허영미에게 감사한다”고 말한다. 자신감 넘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허영미를 연기하면서 비로소 연기에 대한 자신감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쉬지않고 얘기하는 김소연이지만 정작 토크쇼 출연은 기피한다. 재치있는 말솜씨가 없다고 스스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발력이 다소 떨어질지는 몰라도 김소연은 말할 때 꾸밈없고 솔직했다. 털털한 성격은 허영미보다 진선미에 가까웠다.

촬영장 한구석에서 제육백반을 먹으며 인터뷰를 했는데 어느새 밥 한그릇을 뚝딱 비웠다.

요즘들어 살이 약간 쪘다고 하는데도 166㎝에 46㎏의 날씬한 몸매다.

TV에서는 나이보다 성숙한, 여성스러운 매력을 풍겼는데 실제로 보니 피부도 뽀송뽀송한 앳된 얼굴이었다.

시간이 나면 만화를 잔뜩 빌려다 보는 만화광. 만화중에서도 순정만화만 ‘편식’한다. 영화 제의도 들어오고 있는데 기왕이면 ‘멜로영화’를 찍고 싶다고 한다. 순정만화와 멜로영화를 찾는 걸 보니 아무래도 ‘공주과’일 것 같아 별명을 물었다. 아니나다를까 ‘얼음공주’란다. 첫인상이 차갑기 때문에 ‘얼음공주’지만 일단 말을 하면 ‘푼수공주’가 된다며 까르르 웃었다.

‘이브…’를 마치고는 한동안 쉴 생각이다. 운전면허도 따고 싶고, 가장 친한 연예인 중 한사람인 S.E.S의 바다를 만나러 일본에도 잠시 다녀올 예정이다. 무엇보다 2학기부터 복학한 학교(동국대 연극영상학부 1학년)생활에 충실히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도 연기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의욕을 내비쳤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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