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존]헐리우드 거장 감독들도 인터넷에 관심

  • 입력 2000년 6월 7일 10시 18분


인터넷 영화의 세계가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터넷 상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은 젊은 감독들의 단편이 주를 이루었다. 상업적인 배급이 불가능할 경우에 인터넷을 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작업해 온 기성 감독들도 인터넷에 눈을 돌리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시도는 <분노의 역류>를 감독한 론 하워드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계획이다. 대작에 익숙한 이 두 감독은 POP.com을 통해 단편 코미디 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두 사람 중 먼저 영화를 완성한 사람이 이 사이트의 시작을 열게 된다. 5분 이하의 단편이 될 것이라는 것 밖에는 알려진 것이 없는 이 영화들에는 카메론 디아즈, 에디 머피, 스티브 마틴 등이 출연할 것이다.

작가주의를 고수해 온 유럽의 감독들도 여기에 합세했다. 독립영화를 주로 상영해 온 Atomfilms.com은 칸 영화제 기간 중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짐 자무시, 아키 카우리스마키 등과 10분 짜리 단편영화를 제작하기로 계약했다.

이들은 Atomfilms.com의 '10분 더 Ten Minutes Older'라는 계획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Atomfilms.com은 모두 15명의 감독과 함께 2001년까지 이 프로젝트를 완성할 계획이다.

애니메이션도 빠질 수 없다. <월레스와 그로밋>으로 유명한 영국의 아드만 스튜디오는 영화제에서만 상영할 수 있었던 아드만의 단편들을 Atomfilms.com을 통해 배급하기로 했다.

첫 작품은 <성난 꼬마 Angry Kid>. 아드만 스튜디오 사상 가장 불평 많은 이 꼬마는 인터넷으로 수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사우스 파크>의 맷 스톤과 트레이 파커도 엔터테인먼트 사이트 schockwave.com과 함께 웹 애니메이션 상영에 뛰어 들었다.

최근의 이러한 경향에서 주목되는 것은 인터넷을 기존 매체와 분리시키고 있던 장벽이 무너진다는 사실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기술인 필름과 디지털의 만남, 기성 세대의 진입 등이 두드러진다. 기성 감독들이 인터넷에 주목하는 까닭은 인터넷 영화 시장의 잠재력이 점차 그 본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만 상영했던 단편영화 <루카스 인 러브>는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에서 역대 3위의 비디오 판매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스필버그의 POP.com과 같은 대형 사이트가 인터넷을 침범한다면 도발적인 상상력을 주도했던 소규모 사이트들이 붕괴할 우려가 있다. 인터넷이므로 가능했던 모든 일들이 주류 질서에 편입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김현정(parady@film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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