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Business]실리콘밸리에도 '충성심'

지난해 11월 칼리코 코머스의 직원들 중 백만장자의 숫자는 100명이 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숫자가 20명밖에 되지 않는다. 11월에 최고로 치솟았던 칼리코의 주식값이 80%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수시로 직장을 옮기는 것이 일상사인 실리콘 밸리에서 칼리코의 경우처럼 주식값이 떨어지면 이직률이 높아지고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져서 회사가 마비상태에 빠져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칼리코는 지금까지 이 재앙 속에서도 굳건히 버티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서 그 무엇보다도 찾기 어렵다는 무형의 자산, 즉 직원들의 놀라운 충성심 덕분이다.

▼칼리코社 반녀새 주가 80%폭락▼

실리콘 밸리에 자리잡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엄청난 부의 가능성을 미끼로 직원들을 붙들어두고 있는 반면, 칼리코는 직원들과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심지어 생일까지 챙겨주는 독특한 전략을 채택했다. 그리고 칼리코의 이러한 전략은 지금까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새너제이에 있는 칼리코의 본부에서 기자와 만난 직원들은 직위에 상관없이 주식시장이 어떻게 변화하더라도 자신들은 회사를 믿는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들은 실제로 자신들의 회사에 돈을 투자하는 열정마저 보이고 있다. 칼리코가 기업을 공개한지 다섯 달만인 올해 3월 내부자 소유 주식에 대한 판매제한 기간이 끝났을 때, 자신들이 갖고 있던 주식을 판 칼리코 직원은 얼마 되지 않았다. 오히려 주식을 더 사들인 사람들도 있었다. 95년부터 칼리코에서 일해온 조 슈왈츠(29)는 칼리코의 주식값이 떨어지면서 무려 30만 달러 이상의 손해를 보았으나 “나는 내 부모와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도 회사의 주식을 사라고 권하겠다”고 말했다.

▼직원들 이직않고 되레 회사에 투자▼

물론 직원들의 충성심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므로, 칼리코의 앨런 노만 사장은 주식값이 계속 오르지 않는다면 결국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게 될 것임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 전문가들은 칼리코의 전략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회사의 번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칼리코의 주식을 5% 이상 소유하고 있는 벤처 캐피털리스트 로저 맥내미는 칼리코의 경영진이 기업과 업계의 분위기를 잘 이해하고 있다며 “그들은 기업을 장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의식적인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기업과 직원들이 단순히 월급봉투를 주고받는 관계를 뛰어 넘어 사회적인 계약 관계에 있다는 인식은 현재 미국에서 찾아보기가 어렵다. 대신 미국의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알아서 스스로를 챙기고 수시로 직장을 바꾸는 것이 보통으로 여겨지는 풍조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인간적 노사관계서 애사심 싹터▼

그러나 하버드대 교수인 찰스 오라일리는 시스코 시스템즈, 사우스웨스트 항공 등 소수의 대기업들이 직원들을 소중히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략을 택함으로써 성공을 거뒀다고 주장한다. 또 베인 컨설팅의 프레드 라이치헬드는 “직장에 충성심을 갖는 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인 관점”이라며 “대부분의 기업가들은 충성심을 순종, 혹은 두려움과 혼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치헬드는 이어 기업들이 많은 액수의 봉급으로 직원들을 붙들어두는 것은 좋은 시절에만 가능한 방법이라면서 직원들을 솔직한 태도로 대하고 직원들이 성장할 기회를 부여해주면 돈으로는 얻을 수 없는 충성심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라일리는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사람들은 흔히 직원들을 믿을 수 없으며, 직원들이 그리 똑똑하지 않으므로 그들과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경영진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직원들이 회사의 주식을 조금밖에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회사에 대한 강한 애착심을 보인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칼리코의 노만 사장은 직원들의 인내심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을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주식값의 하락이 직원들을 오히려 단결시키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시장은 우리를 잘못 이해했고, 우리는 그것을 증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financial/sunday/052800biz-silico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