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개인 주도의 반등세 이어질수 있을까.

  • 입력 2000년 5월 25일 17시 24분


만기가 돌아온 뮤추얼펀드등에서 쏟아내는 매물을 개인투자자들이 열심히 소화해내며 증시가 큰 폭의 반등세를 보였다. 기관과 외국인이 힘을 잃자 개인들이 증시를 이끌고 있는 모습이다.

26일 증시는 개인투자자 중심의 증시에서 매수 세력이 외국인 투자자등으로 확대돼 반등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지 여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투자자가 상승세 주도

25일 국내 증시는 큰 폭의 반등세를 보였다. 거래소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4.58포인트 오른 699.53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거래량은 4억50여만주에 달해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거래량이 4억주를 넘은 것은 작년11월이후 처음이다.

코스닥도 12.08포인트(10.46%)가 오른 127.54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닥지수의 상승률은 사상최대치이다.

이날 증시의 상승은 개인투자자들이 주도했다. 거래소에서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36억달러에 머물고 뮤추얼펀드에서 매물이 쏟아져 기관투자가들도 3550억원이나 내다 팔았으나 개인들이 2700억원이상을 사들였다. 개인들은 코스닥에서도 59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증권전문가들이 최근의 상승세를 제한적이 기술적 반등으로 보는 이유는 개인들이 홀로 증시를 견인하고 있기 때문. 외국인들이 관망세를 지속하고 있고 투신등 기관투자가들은 주가가 오르면 여지없이 매물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들이 그동안 '담배값'수준으로 주가가 빠진 은행주등 금융주를 중심으로 매수세를 확대, 주가가 크게 반등했으나 시장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불안하다는 것이다.

특히 뮤추얼펀드등의 만기 물량이 나오면서 수급 불균형도 여전히 문제되고 있다. 해외 요인을 봐도 미국의 증시가 6월 금리의 추가 인상 여부를 놓고 불안한 행보를 지속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횡보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보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20일 이동평균선인 727선이 1차 저항선이 될 것이라며 이지수대에 몰려있는 대기매물을 소화할 수 있을지 여부가 조정장세를 떨쳐버리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주와 삼성전자

외국인들은 지수의 향방을 결정하는 관심주가 되고 있는 삼성전자주식을 이날 40만주, 12억원어치이상 팔았다. 삼성전자주는 막판 종가에 30만원을 유지했으나 60일 이동평균선으로 저지선 역할을 하는 30만7900원을 지키지 못했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주를 많이 판 대신 은행등 금융주와 한국통신등으로 매수세를 전환했다.

그런데 단기 장세 전망을 좌우하는 요소는 핵심종목이 삼성전자냐, 금융주냐에 달려있다.

주도권이 삼성전자에 있다면 반등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지만 금융업종이 주도권을 쥐고있다면 증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전문가들도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화증권 윤형호 리서치팀장은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를 팔고있어 반등세가 지속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주는 정부의 금융구조조정 의지가 가시화되면서 반등세를 보이고 있으나 주도주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교보증권 박석현 연구원도 외국인들이 은행, 증권주로 매수세를 확대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증시의 키는 아직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정보통신(IT)주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동양증권 김주형 연구원은 금융주가 주도주로 나서면서 거래소의 반등세는 며칠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신의 신긍호 펀드매니저도 외국인들이 금융주로 매수세를 분산하는 것은 긍정적인 모습이며 삼성전자주를 다소 많이 팔았다해도 '탈 한국'의 조짐이 아닌 이상 하락세를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스닥은 첫 반등세

코스닥은 전날 미국 나스닥시장의 활황을 호재삼아 25일 사상최대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들어 하락세가 지속되던 상황에서 강력한 반등세가 연출된 것이다. 한국투신 신긍호 펀드매니저는 코스닥의 경우 기관들이 보유물량을 그동안 대부분 정리한 것으로 보여 다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단기적으로 반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통프리텔, 다음등 대형주들이 해외증권사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매수세가 몰리는 것도 반등을 이끈 주요인.

하지만 코스닥은 주도군이 없이 무차별적으로 대부분의 종목이 오름세를 보여 질적인 측면에서 불안하고 미국 나스닥시장의 장세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수 있어 150포인트가 상승 저항선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관심 대상은 상승폭 적은 우량종목

거래소와 코스닥이 강한 반등세를 보였지만 그동안 증시를 감싸던 불안 요소들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면 박스권 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므로 투자도 보수적인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런 기조위에서 순환매에 대비해 그동안 낙폭이 컸으나 아직 회복하지 못한 종목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

동양증권 김주형 연구원은 반등세가 며칠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제아래 저PER주등 실적이 호전된 낙폭 과대주를 눈여겨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보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금융주 주도의 상승세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주가지수가 720포인트를 웃돌면 매수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주가가 상승하면 보유 물량을 축소해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낫다고 충고했다.

박승윤 <동아닷컴 기자> par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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