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보스니아 출신인 자스민 디즈다르 감독은 시침을 뚝 떼고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놓는 재주가 있다. ‘아름다운 사람들’은 보스니아가 내전 중이던 1993년, 제 각각의 사연을 안고 런던에 온 사람들의 비극적 삶을 떠들썩하고 코믹한 터치로 그린 영화다.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숏컷’처럼 조각난 에피소드와 수 많은 등장인물들을 이리저리 이어붙이는 스타일을 채택했지만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소개되는 탓에 도입부는 산만한 편.
증오와 편견에 으르렁대던 등장인물들은 영화 후반부에서 조금씩 관용과 이해를 배워나간다. 화해를 위한 대단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더라도, 혼돈 속에서 부대끼며 살다 슬며시 손을 맞잡는 등장인물들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은 낙천적이고 따뜻하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닌지. 예컨대 다리를 다친 종군 기자의 코믹한 행태와 해피 엔딩은 좀 느닷없다. 지난해 체코 카를로비바리 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 15세 이상 관람가. 27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