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명광고]델컴퓨터, 흑인꼬마모델 등장 경쟁심리 자극

  • 입력 2000년 5월 9일 19시 05분


광고 제작자들이 즐겨 쓰는 고전적인 전략 가운데 ‘3B전략’이란게 있다.

‘3B’란 Beauty(미인), Baby(아기), Beast(동물)의 머릿글자를 딴 것. 누구나 좋아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이 3B 가운데 하나를 모델로 쓰는 광고는 성공 확률이 높다는 점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중에서 아기를 등장시키는 유아용 제품 광고는 아기의 순수한 모습을 통해 최종 구매 결정권자인 부모의 감성을 최대한 자극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진다. 좀더 확대하면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정도의 어린이를 등장시키는 광고 역시 비슷한 의도를 갖고 제작된다.

흑인 어린이 ‘샘’을 등장시킨 흑백톤의 델컴퓨터 광고는 바로 이 어린이의 ‘순수함’을 무기로 부모의 주머니를 사정없이 공격하고 있다.

첫번째 광고. 앙다문 입술, 바람이 잔뜩 들어간 코, 허리 춤에 엊은 손, 무언가에 단단히 화가난 듯한 표정이 역력하다. 그러나 카피를 보면 이 어린이가 정말 화가 났다기 보다는 다소 우쭐대는 마음으로 엄마에게 뭔가를 일러바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엄마, 샘은 걔 숙제를 계속 해줘야할 것 같아요.’

컴퓨터를 갖고 있다는 ‘죄’로 컴퓨터를 갖고있지 못한 친구의 숙제를 계속 해주는게 내심 불만이라는 말이다. 이 광고를 보는 엄마들의 심정은 어떨까. ‘우리 애한테도 컴퓨터를 사줘야할까봐’라는 생각이 절로 들지 않을까.

첫번째 광고가 엄마들의 감성에 호소를 한 광고라면 동전통을 등장시킨 두 번째 광고는 현실적인 계산에 얽매일 수 밖에 없는 엄마들의 이성을 자극한다. ‘엄마, 샘은 1만달러를 혼자 다 쓸거야’라는 카피가 눈에 띈다. ‘어린이가 이렇게 큰 돈을 어디서…’라는 생각을 하면서 설명을 자세히 읽어보면 델컴퓨터 구매자를 대상으로 최고상이 현금 1만달러인 경품이 걸려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컴퓨터를 사줄까’ ‘하지만 이번 달 예산이….’ 이 카피는 이런 저런 고민을 하던 엄마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면서 ‘큰 맘’을 먹도록 하는데 한 몫을 단단히 한다.

델컴퓨터는 어린이의 입을 빌린 감성소구형의 이 두 광고로 제품 사양만 잔뜩 늘어놓는 다른 컴퓨터 광고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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