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9회2사후 5점, 두산 기적 일궜다

  • 입력 2000년 5월 8일 00시 05분


‘9회 마지막 스리아웃을 잡을 때까지는 안심하지 말라’는 야구의 ‘금과옥조’가 있다.

7일 서울의 ‘한지붕 두가족’ LG-두산의 잠실 라이벌전은 이같은 그라운드의 속설을 여실히 입증해 보였다.

LG는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해 통한의 눈물을 흘렸고 9회 2사 후에 두산은 믿어지지 않는 기적을 일궈냈다. 9회초 2사까지 10-5 다섯점 차. 어느 누구도 LG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두산은 이 순간 6번 안경현과 7번 홍성흔의 연속안타가 터지며 ‘희망의 실오라기’를 잡았다. 다시 강혁이 볼넷으로 살아나가 2사 만루.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LG 이광은감독은 급히 마무리 최향남을 마운드에 올렸으나 밀어내기 볼넷으로 스코어는 6-10.

큰 것 한방을 기대한 두산 김인식감독은 1번 정수근 대신 장거리포 이도형을 대타로 기용했고 이 승부수는 그대로 적중했다. 이도형은 우중간을 꿰뚫은 3타점짜리 ‘싹쓸이 2루타’를 터뜨려 9-10 한점 차.

2사 2루에서 2번 장원진은 흔들린 최향남으로부터 극적인 동점타를 뽑아냈다.

‘최후의 히어로’는 두산 1루수 강혁. 그는 10-10인 9회말 1사 2루에서 LG 김재현의 끝내기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아내 승부를 연장까지 몰고간 뒤 연장 10회 2사 1, 2루에서 총알 같은 1타점짜리 결승 2루타를 터뜨려 잠실에서 펼쳐진 4시간27분짜리 ‘드라마’의 대미를 장식했다.

89년 5월12일 0-3으로 뒤진 롯데가 빙그레(현 한화)를 상대로 4-3 역전승을 거둔 이후 9회 투아웃 뒤 역전을 시킨 최고의 명승부였다.

3연패에 빠졌던 두산은 이 한 경기로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었고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LG는 ‘잠 못 이루는 일요일’이 됐다.

수원에선 8개구단 중 꼴찌인 ‘다윗’ SK가 최고승률팀인 ‘골리앗’ 현대를 무너뜨리고 팀 창단 후 첫 2연승을 달렸다.

톡톡 끊어치는 타법으로 선발전원안타를 뽑아내며 국내최고투수 정민태를 공략한 SK는 4-5로 뒤진 7회 2사 만루에서 6번 채종범의 2타점짜리 우중간 안타로 6-5의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6회부터 구원등판한 SK의 ‘작은 거인’ 이승호는 3과 3분의 2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시즌 4승째(1패3세이브). 이 경기에서 현대 심재학은 5회 1사 후 가운데 안타를 쳐내 연속경기 안타행진을 24로 늘렸다.

삼성은 해태를 11-4로 대파하고 7연패 뒤 3연승을 거뒀으며 한화 고졸루키 조규수는 롯데전에서 시즌 5승째(1패)를 따내 정민태와 함께 다승 공동선두로 나섰다.

<김상수·전창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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