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본 北알프스산맥 '알파인 루트'

  • 입력 2000년 5월 3일 19시 36분


《추위도 눈도 없는 겨울, 황사로 찌든 우중충한 봄하늘과 먼지투성이의 대기. 실종된 겨울에 이어 이젠 봄마저 빼앗긴 것일까. 눈도 그립고 맑은 하늘도, 따뜻한 햇볕도 아쉽다. 절대순수의 자연과 마주하고 싶다면 일본 기타(北)알프스산맥의 ‘알파인루트(Alpine Route·현지에선 ‘알펜’이라 발음)’로 여행을 떠나자. ‘순수의 바다’ 같은 자연의 품에 안길 수 있다.》

높이 18m의 설벽. 2차로 도로는 설벽에 갇혀 버스 두 대가 겨우 지나칠 정도로 좁다. 따사로운 햇볕에 봄기운이 진하게 느껴지지만 주변은 산을 온통 뒤덮은 흰 눈으로 아직 한겨울 풍경이다. 산 아래 도야마(富山)시는 연분홍 벚꽃으로 뒤덮여 화사하고 해발 2450m 고원의 무로도(室堂)는 흰 눈에 뒤덮여 설국(雪國)의 장관을 이룬다.

지난달 20일. 긴 겨울 동면에 들었던 ‘기타(北)알프스’가 잠에서 깨어났다. ‘알파인루트’가 개통된 것이다. 3월13일부터 중장비 수십대가 동원된 거의 두달간의 고된 작업끝에 15m 넘게 쌓인 눈을 파내고 비조다이라(美女平·해발 977m)에서 무로도(해발 2450m)에 오르는 23㎞의 ‘설벽도로’를 개통시킨 것이다.<그림 참조>

비조다이라를 출발한 관광버스는 구비구비 산허리를 감아 오르는 산악도로로 천천히 알파인루트를 오른다. 도로변의 눈은 고도가 높아갈수록 발목에서 무릎으로, 허벅지로, 허리로 점점 높아지더니 30여분 후에는 거대한 벽이 되어 버스에 탄 관광객의 시야를 막아선다. 간혹 설벽이 사라진 공간으로 해발 2000m 위아래의 눈 덮인 산악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데 별유천지의 선경이다.

드디어 무로도에 도착했다. 해발 2500∼3015m의 고봉에 둘러싸인 아늑한 고원의 평원이다.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이곳 풍경은 고아하다. 하늘의 스카이블루, 설산의 흰색, 그리고 도야마쪽 산봉우리 사이로 아련히 보이는 바다의 파란빛. 그 순색의 극명한 조화에 감히 눈을 크게 뜨지 못한다. 다테야마(立山), 오야마(雄山)가 바로 지척이다.

알파인루트 개통 첫날 첫 버스를 탄 데는 이유가 있다. 아무도 밟지 않아 흠집 하나 없는 설원에서 스키잉을 해보고 싶은 욕심에서다. 그러나 그 대가도 만만찮다. 리프트도 없는 설원을 걸어 높은 산에 올라야 한다. 동행한 국가데먼스트레이터 한정재씨(26)가 오야마 중턱에서 다운힐을 시작했다. 회전 때마다 여인의 종아리처럼 매끄러운 눈위로 깊은 슈푸르(스키잉 흔적)가 생겼다. 조도산(淨土山) 산허리를 타고 오른편 아래로 보이는 설원의 알파인루트 설벽도로를 내려다보며 스키잉하기를 두시간. 두사람은 덴구다이라를 지나 미다가하라까지 내려갔다. 그 두시간 동안 기타알프스는 겨우내 감췄던 속살을 거침없이 모두 보여주었다. 알파인루트는 ‘스키는 알피니즘(Alpinism)’이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알펜루트 알고 즐기기▼

‘다테야마 구로베(黑部) 알파인 루트.’ 세계적으로 희귀한 산악여행루트다. 비슷한 것으로 스위스의 융프라우요흐 산악철도가 있지만 그 운송수단의 독특함과 다양함에서는 알파인루트를 따르지 못한다.

이 루트는 ‘일본알프스’라 불리는 다테야마연봉 아래로 고원과 산악의 장대한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뚫은 것(71년 개통)으로 산악을 중심으로 동서로 갈린 해안가의 도야마현(동편)과 산악지방인 나가노현(9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을 동서로 이어준다. 알파인루트에 동원되는 운송수단은 다양하다. 로프웨이(케이블카)와 케이블(급경사철로 상 하단의 궤도차를 중력을 이용해 운행하는 방식), 트롤리버스(무궤도·전기)와 관광버스, 그리고 유람선 등.

최고봉인 다테야마는 터널로 관통하며 구로베협곡은 해발 1470m의 구로베댐으로 건넌다. 환경보호를 위해 터널구간에서는 전기버스를 운행한다.

총거리는 88.7㎞. 횡단에는 4시간이 걸리지만 관광코스라면 8시간은 잡아야 한다. 운임도 만만치 않다. 도야마역∼시나노오마치(나가노현) 구간 총운임이 1만320엔(약 11만4000원)이다. 알파인루트는 매년 4월 중순 개통돼 11월 30일까지 공개된다. 비조다이라∼무로도 산악도로 구간의 설벽은 한여름에는 녹아서 사라진다. 구로베댐의 호수유람선(30분 소요, 930엔) 운행기간은 6월1일∼11월10일.

◇설원 트레킹◇

해발 2450m 고원인 무로도에서 즐길 수 있다. 5월에도 초겨울 날씨다. 등산화 방풍의 선글라스 햇빛차단크림 장갑 모자는 필수. 무로도의 호텔(1인당 1박에 1만4000엔 내외)이나 산장(1인당 1박에 7500엔·아침 저녁식사 포함)에서 하룻밤 묵기를 권한다. 요즘 산장에는 스노보더와 산악인 사진가가 주로 몰린다. 보더들은 설산을 하이크업(걸어서 산을 오르는 것)해 자연설에서 라이딩한다. 산장에서 일하는 보더들이 점프대 등도 설치해 둔다. 산장에는 작은 공중목욕탕도 있다. 스키 스노보드는 대여하지 않는다.

◇여행상품◇

박경숙여행사(02-3785-0127)는 무로도 산장에서 2박하며 설원 트레킹이나 스키를 즐길 수 있는 3박4일 알파인루트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가격은 87만원.

◇항공편◇

알파인루트 출발지는 도야마현의 도야마시. 서울∼도야마는 아시아나항공이 주 4회(월 수 금 토요일) 운항중이다. 소요시간은 1시간 40분, 요금은 47만2000원(왕복·10월까지). 예약 1588-8000, www.flyasiana.co.kr

▼100년전통 연어초밥 별미▼

◇마쓰노스시◇

도야마의 특미 생선초밥으로 개발된지 거의 100년에 가깝다. 연어의 한 종류인 ‘마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