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읽기]SBS 남희석의 토크콘서트

  • 입력 2000년 5월 1일 23시 38분


인기 있는 기명 토크쇼는 십중팔구 진행자의 퍼스낼리티를 최대한 프로그램에 담아낸다. KBS2 TV ‘이소라의 프로포즈’는 진행자 이소라의 “안녕하세요우∼” 하는 느릿한 말투조차 프로그램의 이미지로 녹여내며 사랑방 분위기를 4년째 지켜오고 있다. SBS ‘이홍렬쇼’는 진행자 이홍렬이 출연자와 수 년 간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하는 장면을 연출하며 이웃집 아저씨의 푸근함을 극대화하고 있다.

SBS가 지난달 23일 첫 방송한 기명 토크쇼 ‘남희석의 토크콘서트-색다른 밤’(일 밤10·55)은 이렇게 ‘제2의 이홍렬쇼’를 꿈꾸며 특급 입담을 자랑하는 개그맨 남희석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청자들이 보아온 남희석은 없었다.

두 명의 남자 연예인을 초대해 20대 여성 출연자들과 대화를 엮어내는 ‘테마토크’ 코너를 보자. 남희석은 이들 사이에서 무슨 말을 할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남녀 출연자의 대화를 미끈하게 연결시키지도 못한다. 영화배우 이정재와 가수 이지훈이 출연한 지난달 30일 방송분은 중간에 갑자기 남희석이 코너를 중단시키는 듯한 인상마저 줬다. 가수들이 자신의 히트곡 가사를 그때 그때의 분위기에 맞게 개사해 부르는 ‘색다른 송’이나 방청객 중 애틋한 사연이 담긴 편지의 주인공을 찾는 ‘러브 레터’ 코너도 ‘어색함’은 여전했다.

결국 이런 부조화는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류의 버라이어티쇼로 ‘말의 상찬’에 길들여진 남희석의 퍼스낼리티가 상대적으로 말을 아끼고 출연자를 우선 배려해야 하는 토크쇼와는 ‘물과 기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이 프로그램은 개편 전 남희석 측이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자칫 SBS가 남희석을 잡기 위한 ‘고육책’으로 프로그램을 신설한 것이 아니냐는 인상마저 준다. 이에 남희석은 “월요일을 맞기 전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것”이라며 취지를 설명한다.

결국 남희석의 캐릭터를 제대로 내세우지 못한다면 ‘…색다른 밤’은 불분명한 포맷으로 방송 기간 내내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던 전작(前作) ‘임백천의 원더풀 투나잇’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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