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반도체株도 팔다니…외국인 한국 떠나나?

  • 입력 2000년 4월 27일 19시 18분


27일 외국인이 연이틀째 현대그룹 주식을 내던졌다.

문제는 순매도 규모가 전날보다 훨씬 커졌고 매도세가 삼성전자 등 다른 종목으로 확산됐다는 점이다.

증권가는 ‘외국인의 국내증시 이탈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로 하루종일 술렁거렸다. 총선이후의 제2금융구조조정은 이미 예정돼있던 사안이었고 26일 정부가 현대투신에 대한 금융지원 방침을 밝혔는데도 외국인이 매도공세를 강화했다는 점이 증권가를 긴장시켰다.

▼현대악재 확산 조짐▼

외국인은 작정한 듯 장이 열리자마자 30분만에 782억원어치를 쏟아냈다. 삼성증권을 통해 현대전자 매물이 봇물처럼 터져나왔고 현대상선 현대백화점 등 현대 주식과 한빛은행 외환은행 삼성화재 등 금융주도 대거 처분됐다. 특히 워버그딜론리드 ING베어링 등의 창구로 삼성전자 주식이 풀려나온 점에 대해서 말이 많았다.

자딘플레밍증권 구본준차장은 “반도체 시장상황에 변화가 없었고 전날 S&P반도체지수가 3.43% 하락한 데 반해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주가는 보합을 기록,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판 배경을 반도체부문 내에서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대전자 이외에 사상 최고의 분기 실적을 낸 삼성전자까지 매물로 나온 것은 현대그룹 유동성문제에 대한 우려가 국내증시 전반으로 확산된 결과로 보인다는 것. 외국인이 26일엔 현대전자를 231만여주 판 대신 삼성전자를 17만여주 사들인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크레디리요네 이상엽부장은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국언론이 26일자로 국내투신권 구조조정이 시작됐다고 크게 보도한 것이 국내사정에 어두운 외국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비중 축소 가능성▼

동원경제연구소 강성모투자분석팀장은 “시장분위기가 좋아지면 매수로 나오고 주가가 떨어지면 전체적으로 매도자세를 취하는 모멘텀투자세력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평가가 여전히 낙관적이기 때문에 아직은 ‘셀 코리아(sell Korea)’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향후 시장분위기에 따라서는 이달들어 취해온 관망 입장에서 노골적인 한국 투자비중 축소를 단행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대우증권 이종우연구위원은 “외국인은 4월 국제수지 적자 반전 예상 등 거시지표의 악화에 따라 향후 한국경제 성장전망에 대해 확신이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면서 “27일 발표될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예상치를 상회해 대내외 실물부문 악재가 겹칠 경우 외국인의 매도기조가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상엽부장은 “셀 코리아 여부는 미국 및 전세계 증시를 활동무대로 하는 글로벌펀드들의 포토폴리오 재편이라는 변수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3월말이후 미국증시가 요동치면서 글로벌펀드들이 미국비중을 낮추고 있는데 미국증시에서 빼낸 자금을 어느 지역에 투자할 것인지가 관심사라는 것. 그는 올들어 미국증시와 동조성이 커진 아시아증시보다는 변동성이 적은 유럽 및 일본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